호킹이 남긴 학문적 업적
호킹은 박사 학위를 받기 전부터 유명했다. 1964년 과학자들은 우주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항상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상우주론과 뜨겁고 밀도가 높은 하나의 점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대폭발이론을 두고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호킹은 ‘특이점과 시공간의 기하학’이라는 박사 논문을 통해 정상우주론을 주장하는 저명한 물리학자 프레드 호일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상우주론-대폭발이론 논쟁을 종결시킨 호킹은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연구에 나섰다. 연구 결과 블랙홀이 입자를 내뿜을 수 있다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제안했다. 이필진 고등과학원 물리학과 교수는 “(서로 물과 불처럼 상극이던) 중력이론과 양자이론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지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물리학 난제”라며 “호킹 복사는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이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타진해 물리학계에 근원적이고 거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천체물리학을 알린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출판한 ‘시간의 역사’는 전 세계에서 1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호두 껍질 속의 우주’ ‘조지와 빅뱅’ ‘청소년을 위한 시간의 역사’ 등 익숙한 천체물리학 책을 남겼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