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4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간사로 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8명으로 구성했다. 정부가 정상회담 시 내외신 프레스센터로 활용될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와 가계약을 한 시기로 미뤄 회담은 다음 달 24일에서 26일 사이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 신분으로 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으나 노 정부 집권 말기임에도 너무 방대한 합의를 추구한 탓에 그 결실인 ‘10·4 공동선언’은 거의 실천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은 최초여서 성사에 집착하다 보니 당시 박지원 비서실장 등이 정상회담 대가로 불법적인 돈을 북한에 보내도록 한 사실이 나중에 밝혀져 사법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성과에 집착해 비슷한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번 회담은 과거 2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는 달리 북-미 정상회담의 예비회담이라는 특수성을 띠고 있다. 남북 회담이니만큼 경제협력·문화교류 등 순수한 남북 간 의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지만 고강도 유엔 대북제재 아래에서는 제한적이거나, 조건부 합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북핵 등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까지 고려해 더 큰 틀에서 남북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제의 틀이 커진 만큼 과거와 달리 남북 관계만이 아니라 한미, 북-미 관계까지 아우르는 넓은 시각을 갖고 회담을 준비해야 한다.
회담까지는 불과 한 달여 남았다. 과거 평양에서 열린 2차례의 회담과는 달리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처음 회담이 열리는 만큼 통신 의전 보도 경호 등 새로 신경 써야 할 분야가 적지 않다. 준비위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남북 정상회담만이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이 영향을 받고 그것을 통해 다시 남북 관계가 영향을 받는다. 준비위의 책임이 과거 어느 남북 정상회담 때보다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