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정원장 3인 나란히 법정 출석 이병호 “개인비리 아닌 제도적 문제” 남재준 “특활비 잘못 집행돼 반성”
이 전 실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1심 공판에서 “올려드린 돈(특활비)이 제대로 된 국가 운영에 쓰일 거란 기대를 했는데 기대와 반대로 쓰여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받아 기치료나 주사비용, 의상실 운영비용, 문고리 3인방 휴가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점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 전 실장의 변호인은 “특활비가 국정 활동에 적법하게 사용될 것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고도의 정치적 활동을 위해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을 지휘·감독하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비춰 보면 국정원에 배정된 특활비의 일부를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판단 아래 청와대에 지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원장은 “제가 부패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장이 됐다면 제가 아닌 그분이 아마 이 법정에 섰을 것”이라며 “개인 비리 문제가 아니고 오랫동안 미비한 제도적인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얼마나 엉터리 나라면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바치는 나라이겠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남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국민께 실망감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자 한다”며 “결과적으로 특활비가 잘못 집행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남 전 원장은 이날 직접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