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징계자에만 통보 원칙 논란
사회 곳곳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불고 있지만 공직사회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성폭력 가해자의 징계 내용을 피해자가 알 수 없도록 돼 있는 이 같은 현실도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사건 자체가 밖으로 알려지지 않도록 암묵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신고가 들어오면 각 기관은 내부 조사 및 감사에 착수한다. 우선 피해자를 가해자로 지목된 공무원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도록 분리시킨다.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면 가해자는 징계 절차를 밟는다.
징계 결과를 포함한 인사정보는 당사자만 알 수 있도록 돼 있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규정 제9조에 따르면 징계 통보 대상자에 피해자는 들어 있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자는) ‘사건’ 당사자일 뿐, ‘징계’ 당사자와는 구분되는 타인이다”라며 “징계 결과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징계 처분 대상자와 기관장에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징계 결과도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의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된다. 공개하려면 징계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임현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15일 “징계 결과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여서 통보 대상자가 명확히 규정돼 있어 (피해자에게 알리면) 현행법상 개인정보 유출이나 명예훼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의 인권(개인정보)이 피해자의 인권(알 권리)보다 중요한 것이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많은 여성 공무원들은 “징계 결과를 피해자가 수소문하는 것은 힘들뿐더러 그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피해자도 공식적으로 가해자의 징계 내용을 공지받아야 ‘사건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도 “징계 결과를 알아야 피해자가 안정될 수 있고, 결과가 불만족스럽다면 민·형사소송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피해자가 징계 결과를 알기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등 적절한 통지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