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비핵화 외교전
○ 군 출신 ‘창과 창의 만남’ 폼페이오-김영철
북-미 회담 준비의 미국 측 대표 선수는 최근까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에게 대북 문제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CNN은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 폼페이오에게 회담 준비를 주도하라고 개인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국무장관 지명 전부터 대북 협상 업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회담 카운터파트로서 폼페이오와 김영철은 상당히 닮아있다. 지도자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고 북핵·외교 문제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 출신인 두 사람이 대화 테이블에 함께 오른다면 ‘창과 창의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폼페이오 인준에 따라 북-미 회담 지연설도
남북, 북-미 회담 어느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될 대화인 만큼 정보라인들의 활약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물밑 조율은 대부분 정보기관의 몫이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15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결국 ‘서훈-폼페이오 드림팀’이 이뤘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북-미 회담의 경우 강경파끼리의 협상이 파국으로 이어질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발탁과 함께, 목표를 위해서는 고문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공작의 여왕’ 지나 해스펠 CIA 부국장이 CIA 국장이 되면서 향후 대북 협상은 ‘질식에 가까운 압박’이 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기에 백악관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설도 흘러나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후임으로 폼페이오를 능가하는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볼턴 전 대사를 만나 맥매스터 보좌관의 뒤를 잇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볼턴 전 대사는 “북한의 북-미 대화 제안은 선전 전략의 연장선”이라며 “김정은에게 속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