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러시아 군정보부 출신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 딸이 독성물질에 노출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사용된 물질은 소련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초크로 확인됐다. 노비초크는 지난해 북한이 김정남을 살해할 때 사용한 신경작용제 VX보다 8배나 독성이 강하다. 영국 검찰은 반(反)푸틴 활동을 하다가 자국에서 석연치 않게 숨진 러시아인 14명의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첨단 독살에는 대개 러시아의 기술이 개입돼 있다. 2004년 영화배우 같은 외모를 지닌 우크라이나의 야당 대선 후보인 유셴코가 흉측한 얼굴이 돼 선거 며칠 전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국장과 함께 식사를 한 직후 복통과 함께 얼굴 피부가 상하기 시작했다. 다이옥신 중 독성이 가장 강한 TCDD에 중독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유셴코는 여당의 러시아계 후보와 대결하고 있었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FSB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야만성과 첨단 독성 물질의 결합이 빚어낸 무시무시한 장면들이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2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