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0.2나노미터, 유연성 우수, 머리카락에 ‘착’… 코팅제로 탁월 기존 염색 약보다 머릿결 손상 적고 30회 넘게 세척해도 색 유지돼
탄소 원자가 육각형 형태를 만들며 한 겹 결정을 이룬 그래핀은 얇고,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이다. UC리버사이드
황자싱 미국 노스웨스턴대 매코믹공대 재료과학부 교수팀은 그래핀으로 염색약을 개발했다고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켐’ 최신호에 발표했다.
그래핀은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가 2004년 발견한 물질이다. 탄소 원자가 한 층으로 배치된 ‘한 겹’ 물질이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 많이, 실리콘(규소)보다는 100배 빠르게 전류를 흘릴 수 있어 꿈의 반도체 물질로 불리고 있다. 다만 전류를 제어하기가 어려워 그래핀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기술이 현재진행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황자싱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머리카락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색이 잘 입혀지는 염색 코팅제를 개발해 금발을 흑발로 염색하는 데 성공했다. 황자싱 교수 제공
얇고 단단한 그래핀의 물리적 특징은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실험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 형태로 반복되고, 수소 이온 말고 다른 물질은 통과시키지 않을 정도로 그물눈이 촘촘하기 때문에 물질을 가두는 그물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육종민 KA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투과전자현미경 안에서 물질을 자유롭게 흘려보내면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그래핀 터널 미니 실험실을 개발하고 있다. 육 교수는 “최근 첫 번째 시험 모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현재 몇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팀이 액체 시료를 그래핀 그물에 가두는 기술을 활용해 유기 고분자의 움직임을 100초 정도 관찰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