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팀 개발… 4㎝ 큐브, 순식간에 70㎝까지 뻗어 종이접기 원리 응용, 드론에도 접목… 좁은 공간 안 물건 꺼낼 때 유용
길이 4cm에 불과하던 로봇팔이 70cm까지 늘어나는 모습. 이렇게 늘어나는 데 수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울대 공대 제공
조규진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인간중심소프트로봇기술연구센터장)와 김석준, 이대영 연구원 팀은 평소에는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필요할 때엔 순식간에 몸체 길이의 17.5배까지 늘어나는 새로운 ‘로봇 팔’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5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조 교수 팀이 개발한 로봇 팔은 종이접기(오리가미)의 원리를 응용했다. 공학에서 종이접기는 소재를 잘 접어서 특정한 형태나 기능을 갖는 완성품으로 변신시키는 기술이다. 가장 쉬운 예는 자동우산이다. 평소에는 작고 가늘지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철로 된 뼈대가 펼쳐지며 비를 막는 우산으로 변신하게 된다.
비결은 역시 종이접기 기술이다. 종이를 접어 학을 만들 때를 떠올려보면, 종이가 접힌 면이 빳빳해지면서 다른 부위를 지탱해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 교수팀은 이를 응용해 재료가 접힌 부위의 모서리에 다른 재료가 수직으로 접해 단단하게 지탱하도록 로봇 팔을 설계했다. 반대로 와이어를 당겨 모서리를 접으면 지탱하는 힘이 사라지며 다시 접혔다. 이 로봇 팔을 드론에 접목해 시험 운영도 한 상태다. 드론에 매달린 로봇 팔을 계곡 모양의 좁은 공간 위에 띄운 뒤 팔을 펼쳐 좁은 공간 안의 물체를 빼내거나 로봇 팔에 카메라를 달아 나뭇가지 사이 좁은 공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조 교수는 “뼈대 없이 유연한 재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소프트 로봇은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큰 힘을 지탱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로봇 팔은 소프트로봇과 하드로봇의 중간 형태로 평소 유연하게 접혔다가 필요시 단단해져 활용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