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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외국에서도 할 말은 하고 살자, 실시간 통역기 일리(ili)

입력 | 2018-03-16 12:12:00


해외여행에서 가장 큰 장벽은 의사소통이다. 항공권 구매나 숙소 예약 등은 이미 한글을 지원하는 예약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 앱 만으로도 쉽게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현지에서 물건을 사거나 의사소통을 하려면 내가 외국인의 말을 알아듣고, 하고 싶은 말을 외국어로 해야 한다. 그나마 영어를 어느 정도 사용하는 지역이나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라면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다행히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번역 앱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가 열악한 환경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휴대용 통역기 일리(ili)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여행에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는 기기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일리는 한국어를 일본어로 바꿔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언어를 추가할 계획이다.

일리 실시간 통역기(출처=IT동아)


사용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전원을 켜고 가운데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하고싶은 말을 한국어로 말하고 손가락을 떼면 자신이 말한 문장을 일본어로 번역해준다. '전갱이 초밥 주세요', '고추냉이는 따로 주세요' 같은 문장을 말하면 즉시(제조사에 따르면 약 0.2초) 후면에 있는 스피커로 일본어 발음이 나온다. 스마트폰 통번역 앱의 경우 화면을 켜고, 앱을 찾아 실행해 원하는 언어를 설정하고 녹음 버튼을 눌러 말을 한 뒤 상대방에게 들려주는 과정을 거치지만, 일리를 사용할 때는 가운데 있는 버튼 하나만 누르고 말을 하면 1초 이내로 통역된 목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스마트폰 같은 기기와 연결할 필요도 없이,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탠드 얼론 제품이라는 데 강점이 있다.

이 버튼을 눌러 녹음을 시작할 수 있다(출처=IT동아)


그런데 통번역 관련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 보면, 내가 한 말이 올바르게 전달되었는지 궁금할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일리에는 내가 스피커로 나온 일본어가 무슨 뜻인지 다시 우리말로 들을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피커로 통역된 일본어가 나간 이후, 전원 버튼 바로 아래에 있는 보조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방금 나온 일본어가 무슨 뜻인지 한국어로 다시 한 번 말해준다. 쉽게 말해 번역 소프트웨어로 번역한 내용을 다시 한 번 번역해 확인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측면 버튼을 누르면 방금 나온 일본어가 무슨 뜻인지 우리말로 들려준다(출처=IT동아)


이 버튼을 이용해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과 다른 의미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고, 만약 부정확하게 전달됐다면 다시 한 번 녹음 버튼을 눌러 조금 더 쉬운 단어를 선택해 또박또박 말하면 된다. 음성 인식과 통역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필자가 일본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측면 보조 버튼을 활용해 내가 한 말이 제대로 인식됐는지 확인해도 거의 성공한 셈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어순이 같기 때문에 단어만 바꾸면 상당히 품질 좋은 통역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리의 스피커(출처=IT동아)


물론 일리의 통역 기능이 만능은 아니다. 우선 긴 문장은 통역하기 어렵다. 한 문장 정도는 빠른 속도로 통역해주지만, 세 문장 정도를 길게 말할 경우 통역 결과를 들려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통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일상적인 단어가 아닌 어려운 단어는 인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용 기기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는 것도 조금은 버겁다. 예를 들어 '기분이 좋다'를 일본어로 바꾼다면 육체적인 기분을 말하는 '키모찌(きもち)'와 정서적인 느낌을 말하는 '키분(きぶん)' 두 가지 결과 중 무작위로 통역된 결과가 나온다. 이 때문에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요' 처럼 완성된 문장을 말하는 것이 좋다.

일리를 사용하는 모습(출처=일리)


여담이지만, 통역을 통해 나오는 일본어 목소리가 너무 크고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조용한 공간에서 사용하려면 조금 민망하다. 출력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일리는 양방향이 아닌 일방향 번역기다. 일리 개발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양방향 대화 기능을 만들었지만, 사용도가 떨어졌다고 한다. 전혀 모르는 상대방에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불편하며, 대화하려는 상대방이 꺼려하거나 선뜻 사용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점에 집중하며, 여행에 즐거움을 더해주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목에 걸고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다(출처=IT동아)


일리의 장점은 간편함이다. 해외 여행 중 자신의 의사를 외국인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으며,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세부적인 주문도 가능하다. 크기가 작아서 휴대하기 편하며, 목걸이 처럼 착용할 수도 있다. 현재 일리는 1차 예약 판매를 마치고, 2차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다. 제조사에 따르면 2차 예약분은 오는 5월 중 발송 예정이다.

동아닷컴 IT전문 이상우 기자 ls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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