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
이제 곧 춘분이다.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이 개울가에서 와글와글 짝짓기를 하고, 제주에는 노란 개나리가 한창이다. 봄의 전령인 목련은 벌써 남부지방에서 꽃망울을 터트렸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여기저기서 봄의 찬가가 우리 귀를 간지럽힌다.
기후변화는 생태 ‘신호’ 시스템의 오작동을 불러와 생태계 전반에 혼란을 야기한다. 우리는 간혹 따뜻한 늦겨울 홀로 꽃을 피운 개나리 나무를 보기도 한다. 본격적인 봄이 되기도 전에 일찍 움을 틔우면 다시 추위가 닥쳤을 때는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벌이나 나비와 같은 꽃가루 매개충이 채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이다. 번식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게 뻔하다. 이른 봄이 오면 생육 기간이 같이 길어져 진드기와 같은 해충의 개체수도 증가한다. 기후변화가 야기한 ‘신호’ 체계의 혼란은 철새 서식지를 바꾸고 겨울잠 동물의 수면 주기를 깬다.
이른 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해양산성화를 야기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사막화를 초래해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다.
동식물에 대한 피해는 인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인류도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해충의 수를 증가시켜 식량작물에 해를 입힌다. 이로 인한 식량 위기는 가격상승을 유발한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가해자일지도 모르겠다.
미투는 서로의 대등한 존엄을 전제로 성립한다. 동식물이 인간과 대등한 존엄을 가질 순 없다. 하지만 개체적 가치가 아니라 생물종의 가치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든 생물종은 당당히 생태계의 한 축을 구성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생존한다. 민들레 한 송이는 대수롭지 않더라도, 민들레라는 종을 멸종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분명 생태계에 대한 폭력이자 도전이다. 만약 자연이 인간에 대한 미투 운동을 시작한다면, 온 세상이 365일 시끄럽지 않을까. 생존의 기로에 놓인 세상의 모든 봄의 전령들에게, ‘위드 유(#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