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
이제 곧 춘분이다.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이 개울가에서 와글와글 짝짓기를 하고, 제주에는 노란 개나리가 한창이다. 봄의 전령인 목련은 벌써 남부지방에서 꽃망울을 터뜨렸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여기저기서 봄의 찬가가 우리 귀를 간지럽힌다.
그런데 봄 전령의 봄날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새싹이 움트는 시기를 북미 기준으로 2100년까지 21일이나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거의 한 달이다. 문제는 새싹이 빨리 움트는 현상의 ‘나비효과’다. 생태계는 풀 한 포기 소외시키지 않고 서로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톱니바퀴처럼 말이다. 생태시스템은 계절에 따른 기온의 변화와 일조량에 따라 작동한다. 적당한 기온과 일조량이 되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고 개나리와 목련이 꽃을 피운다. 기온과 일조량, 일조시간 등 기후·환경적 여건은 생태시스템의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른 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해양 산성화를 야기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사막화를 초래해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다.
동식물에 대한 피해는 인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인류도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해충의 수를 증가시켜 식량 작물에 해를 입힌다. 이로 인한 식량 위기는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가해자일지도 모르겠다.
미투는 서로의 대등한 존엄을 전제로 성립한다. 동식물이 인간과 대등한 존엄을 가질 순 없다. 하지만 개체적 가치가 아니라 생물종의 가치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든 생물종은 당당히 생태계의 한 축을 구성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생존한다. 민들레 한 송이는 대수롭지 않더라도, 민들레라는 종을 멸종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분명 생태계에 대한 폭력이자 도전이다. 만약 자연이 인간에 대한 미투 운동을 시작한다면, 온 세상이 365일 시끄럽지 않을까. 생존의 기로에 놓인 세상의 모든 봄의 전령들에게, ‘위드 유(#With You).’
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