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시장/하비 콕스 지음/유강은 옮김/384쪽·1만8000원/문예출판사 세계적인 신학자 하비 콕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판한 신격화된 시장의 민낯 파헤쳐 거대은행과 거대교회 비교하며 종교 관점에서 경제 문제 이해
“시장에 맡기라”는 말은 어느 순간 삼척동자도 아는 진리가 됐다. 그러나 진보적 신학자인 하비 콕스는 시장이 신의 지위에 올랐다며 그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종교와 시장은 놀랍게도 닮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이 책의 원제는 ‘The Market as God’(2016년). 도발적 제목을 넘기면 첫 페이지에 ‘감사와 희망의 마음을 담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감히 시장(市場)을 신(神)으로 만들더니 난데없는 감사말은 뭔가?
“우리는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냈다… 환경같이 허약한 것은 무엇이든지 신격화된 시장의 이익 앞에서 무방비 상태가 된다.”(프란치스코 교황)
이 책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기업과 금융이라는, 발을 디뎌본 적 없는 대륙을 향한 여행’의 산물이다. 또 종교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신학의 렌즈’가 작금의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 데 유효한 빛을 비춘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구순을 바라보는 그의 눈높이에서 종교만을 비판하는 것은 제자리걸음일지도 모른다. 종교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주된 공격 목표는 신으로 대우받고 있는 시장, 특히 부도덕한 금융자본이다.
저자는 시장과 종교의 영역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시장에 맡겨야 한다” “시장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시장의 무오류에 대한 속설이 있다. 여기에 지난 200년간 기독교계에서 큰 논쟁의 하나였던 교황 무오류성의 문제를 비교하는 식이다.
‘시장은 사람을 어떻게 창조했는가’ ‘애덤 스미스: 신학자이자 예언자’ ‘거대은행과 거대교회’ ‘시장과 세상의 종말’ ‘시장의 영혼 구하기’…. 때로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는 도발적인 주장들이 책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온다. 한데 논리적인 비약으로 느껴지는 주장에도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라는 묘한 설득의 힘이 깔려 있다. 요즘 모처럼 관심을 받고 있는 컬링의 스톤이 각고의 스위핑에 따라 신기하게도 목표를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순전히 신학은 물론이고 경제학 문학 사회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저자의 내공과 풍부한 사례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리라.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