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탈리아와 동메달 결정전… 장애인아이스하키 이지훈의 각오
지난해 10월 결혼한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이지훈(오른쪽)과 그의 아내 황선혜 씨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웨딩 촬영을 했다. 황 씨는 “누구나 혼자일 때는 불완전하다. 남편과 함께라서 안정감을 느끼며 완전한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황선혜 씨 제공
이지훈은 장갑차 조종수로 군 복무 중이던 2010년 11월 제대를 두 달 앞두고 장갑차에 깔렸다. 사경을 헤매던 그는 두 다리를 잘랐다. 장애인이 된 그는 처음에는 “내가 왜 살아났을까”라며 좌절하다 3개월 방황 끝에 다시 일어섰다.
“어차피 살 거라면 지금부터라도 즐겁게 살자는 마음이었죠. 일부러 웃고 더 좋은 생각만 떠올렸습니다.”
이지훈 특유의 ‘웃는 상(얼굴)’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의 아내 황 씨가 반한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표정이다.
이지훈은 2014년 아이스하키에 입문하며 운동선수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상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여름스포츠로 조정도 배웠다. 조정은 아내와의 인연을 맺어줬다. 이지훈이 조정 훈련을 위해 일주일간 합숙을 했던 2016년 10월. 황 씨는 당시 조정 코치로 이지훈을 포함해 장애인 선수들을 지도했다. 이지훈은 황 씨의 밝은 성격에, 황 씨는 이지훈의 당당한 모습에 호감을 느껴 교제를 시작했다.
황 씨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딸이 고생할까 봐 둘의 만남을 완강히 반대했다. “밥 한 번만 같이 먹어보자”는 황 씨의 간곡한 요청에 못 이겨 이지훈과 첫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장인어른은 ‘나중에 선혜가 힘들지 않겠나’라고 물었죠. 저는 ‘자신 있습니다. 그때는 그때고 선혜 제가 잘 보살필 수 있습니다’라고 당차게 답했습니다.”
이지훈은 그 자리에서 “예쁘게 만나라”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나 장인 장모는 이지훈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다. 장애인이란 편견이 가시자 이지훈의 진가가 보였다. 장인 장모는 사위 이지훈의 경기장을 찾아 “가문의 영광이다”고 주변에 자랑한다. 황 씨에겐 “천사 같은 아들이 생겼다”며 고마워한다.
황 씨는 “패럴림픽을 통해 남편이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뛸 수 있고, 또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지훈은 그런 황 씨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신혼인데 집보다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나 때문에 외롭고 힘들었지? 지금까지 잘 참고 이겨내 줘서 고마워. 이제 한 경기 동메달 결정전이 남았어. 자기한테 약속한 대로 꼭 이겨서 메달 걸어줄게.”
김재형 monami@donga.com / 강릉=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