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자이 개포 본보기집 오픈 첫날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 본보기집에는 오전 9시경부터 관람객 1000여 명이 긴 줄을 이뤘다. 이날 하루에만 1만5000명가량의 예비청약자가 다녀갔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온 주부 박진영 씨(44·여)는 “‘로또 분양’이란 말에 4시간을 기다려 입장했다”고 말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본보기집 마감 시간을 당초 오후 6시에서 오후 9시로 늘리기도 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일요일까지 3일 동안 최대 5만 명의 관람객이 본보기집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15년 11월 송파구 가락동에서 분양된 ‘송파 헬리오시티’ 이후 서울 신규 분양 단지 중 가장 많은 인파다.
● ‘로또 분양’ 소문에 구름인파 몰려
일반분양 물량이 1690채로 다른 재건축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분양될 때 ‘로또 단지’로 주목받으며 평균 16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경우 일반분양분이 142채였다. 그동안 강남 재건축 청약에서 번번이 떨어졌던 수요자 상당수가 이번 청약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반면 같은 날 본보기집을 연 강남구 논현동 ‘논현아이파크’에는 5000명 정도의 관람객이 다녀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날 본보기집을 찾은 관람객은 대부분 40, 50대 실수요자였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당첨자 전원을 청약가점제로 뽑는다. 부양가족이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긴 중장년층의 당첨 확률이 높다.
상담하기 위해 무려 6시간이나 기다렸던 관람객들은 상담 순서가 되자 1순위 청약자격 등을 꼼꼼히 물었다. 지난해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자격이 강화되면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최근 5년 이내에 주택분양에 당첨된 사람은 재건축 아파트 청약자격을 얻을 수 없다. 동작구 상도동에서 온 박모 씨(65)는 “최근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으로 분양을 받은 적이 있어 재당첨 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청약하려 했는데 헛걸음 했다”며 허탈해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본보기집에 시간 당 20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 “청약 성패가 강남권 시장 풍향계 될 것”
다만 본보기집 인파가 청약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중도금 대출이 제공되지 않아 거액을 현금을 보유하지 않은 수요자는 당첨돼도 계약을 진행하기 힘들다. 당초 현대건설은 자사의 신용으로 중도금 대출을 보증해주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대출 규모가 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서 현대건설 분양소장은 “분양가 70% 안팎의 자기 자본을 갖춘 상태에서 청약해야 하므로 적어도 7억 원의 현금을 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권을 되팔 수 없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될 때까지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위장전입을 통해 가점을 높인 당첨자를 가려내기 위해 당첨자 가족의 실거주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21일로 예정된 이 단지의 청약 결과가 향후 강남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가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본보기집의 인기만큼 청약경쟁률이 높다면 ‘자금력 있는 실수요가 여전히 풍부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반면 이 단지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다른 아파트 집주인들도 매매가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