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코스트 벨트’가 흔들린다 새로운 성장 가능성은
주력 산업이 침체를 겪자 각 지역은 대체산업 발굴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군산은 장미동 근대역사박물관 일대 일제강점기 시설을 관광지로 바꿨고(왼쪽 사진), 통영은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미륵산에 케이블카를 놓고 산자락에 ‘육상 루지’ 체험시설도 만들었다(가운데 사진). 거제는 자연생태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해양 관광 레저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오른쪽 사진). 통영·거제=박경모 momo@donga.com / 군산=박영철 기자
한때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던 ‘코스트(해안)벨트’ 지역들이 침체를 겪으면서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풍부한 근대문화유산을 앞세워 관광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남 통영시는 한려수도라는 입지적인 장점에다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이라는 점을 활용해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내 조선 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경남 거제시는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 밖에 다른 해안벨트 지역들도 입지 특성 등을 고려한 대체 산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이나 관광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면서 정부 지원에만 매달리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맞는 새로운 성장 산업을 찾아내고 중앙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군산은 일찌감치 국제 관광기업도시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1899년 개항한 만큼 근대문화유산이 많아 콘텐츠가 풍부한 데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천혜의 해상관광공원인 고군산군도 등 관광 자원도 많기 때문이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해 군산을 찾은 관광객은 370만 명. 올해 목표는 500만 명이나 된다. 지난달 말 새만금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만금 개발의 전기가 마련됐지만 현지에선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군산상공회의소 온승조 팀장은 “새만금에 기업 유치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다고 해도 쉽지 않은데 특별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통영도 세계적인 해양문화관광지로 성장한다는 계획 아래 인프라 조성에 오래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2008년 설치한 국내에서 가장 긴 1975m 길이의 케이블카가 대표적이다. 케이블카가 설치된 461m 높이의 미륵산 정상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이 있었던 한산도 앞바다를 포함한 300리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또 지난해 2월에는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미륵산 자락에 얼음 위가 아닌 육상에서 운행하는 ‘통영 루지’를 설치했다. 이후 통영시는 ‘하늘에는 케이블카, 땅에는 루지’를 모토로 관광객을 유치해 지난해 전년보다 13% 증가한 734만여 명의 관광객이 통영을 찾았다. 통영시는 또 2002년부터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통영국제음악제를 개최하면서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 조선업 의존도가 특히 높은 거제시도 대체 산업 육성에 고심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저탐사 굴착 설비의 모듈 생산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고현항 항만 재개발 사업은 기존 시설 개선 확장은 물론이고 고현동 장평동 앞바다를 2단계에 걸쳐 매립해 해양문화 관광산업 단지로 키우는 것이다. 2015년 시작해 2021년 완공 예정인데 현재 70%가량 진행됐다. 자연생태테마파크, 해양관광테마파크, 거제해양휴양특구 설치, 경북 김천과 거제를 잇는 남북내륙철도(총연장 181km) 건설도 추진 중이다.
○ 정부는 뾰족한 대안 없어 고민 중
정부도 해안벨트의 주력 산업이 흔들리면서 대체 산업 육성에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뾰족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는 해당 지역 실업자 지원 등을 통해 발등의 불을 끄는 데에 급급하다.
정부는 이런 전제를 깔고 거제와 통영 등에서는 조선 부품업체를 기반으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군산에서는 한국GM 군산공장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를 기반으로 전기차 및 자율차 부품산업을 육성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하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지방정부 주도로 구성한 지역협의체에서 오랜 기간 논의를 계속해 신산업을 찾아내고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윤영호 yyoungho@donga.com / 통영·거제=구자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