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이 열린 18일 케냐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선수가 국제부문 남자 1위를 하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케냐 특급’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0·청양군청)가 2018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 국제부문 남자부 정상을 밟았다.
에루페는 18일 서울 일원에서 열린 42.195㎞ 레이스에서 2시간6분57초로 2위 마크 코리르(2시간07분03초), 3위 벤슨 키프르토(2시간07분11초·이상 케냐) 등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월계관을 썼다.
에루페는 2012년 대회에서 2시간05분37초로 전체 국내대회 통틀어 사상 첫 2시간05분대 기록을 세운 검증된 철인이다. 2016년 대회에서는 2시간05분13초로 대회 최고기록이자 역시 국내개최 대회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토록 꿈꾸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여파가 이어졌다. 에루페는 한국국적 취득과 함께 올림픽 도전을 노렸으나 끝내 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팔목에 태극문양의 링을 차고 뛸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강했으나 그만큼 실망도 컸다.
한동안 운동을 잊고 살았다. 연일 술로 시간을 보내며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다. 체중이 3㎏ 가량 불었고, 체지방도 늘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잡았다. 오랜 스승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가 직접 케냐를 방문해 아끼는 제자가 마라토너의 길을 포기하지 않게끔 도왔다.
“걱정하지 마라. 귀화는 다시 추진하면 된다. 우리 체육계 정책도 바뀌었고, 분위기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으니 절차를 밟자. 다만 동아마라톤을 잘 뛰고 합당한 기록을 내야 (귀화를) 반대하는 분들의 마음까지 돌릴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케냐의 마라톤 훈련지 엘도레트와 이텐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두 곳에서 레이스에만 매진하다보니 리듬을 되찾았다. 근력과 지구력도 빨리 올라왔고, 스피드 역시 상승곡선을 탔다.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