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리딩뱅크 탈환 절호 기회”, KB “非은행 강화해 1위 굳히기” 신한, 자금여력 부족-주주들 반감… KB도 승자의 저주 우려에 신중 상표권 시한 12월이 협상 변수될듯
다만 3조 원대로 불어난 ING생명의 높은 몸값은 부담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ING생명 인수를 추진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기보다는 몸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거나 아예 매각 협상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신한 “리딩뱅크 탈환” vs KB “격차 더 벌린다”
ING생명은 두 금융그룹에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보험사의 대표적인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455.3%로 업계 최고 수준인 데다 보장성 상품 비중이 높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돼도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NG생명은 설계사 중심의 영업망을 갖고 있어 지점 중심으로 고객을 관리하는 은행권과 특히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단번에 3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매물이 없기 때문에 양쪽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년 만에 KB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은 ING생명 인수를 1위 자리를 탈환할 기회로 보고 있다. 신한생명과 ING생명이 합병되면 단숨에 생명보험업계 자산 규모 5위에 올라 ‘빅4’가 굳건한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2012년 ING생명 인수를 포기했던 KB금융은 6년 만에 다시 기회를 잡아 리딩뱅크 자리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KB손해보험, KB증권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권의 덩치를 키워 온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여러 차례 생명보험사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문제는 3조 원대로 높아진 ING생명의 몸값이다. 2012년 ING생명 인수전 때는 100% 지분 매각에 2조2000억 원대에 매물이 나왔다. 이번에 ING생명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매각하는 지분은 59.15%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 가격은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버리지 비율(종속회사 투자지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따졌을 때 신한금융이 끌어 모을 수 있는 자금은 6000억∼7000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는 유상증자 등으로 마련해야 하지만 지분 20%가량을 보유한 재일교포 주주의 반감이 심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인수전에서 한 발짝 앞섰다는 분석도 많다. 다만 내부에서는 3조 원에 이르는 몸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손익계산서를 꼼꼼히 따져보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두 금융그룹이 비싼 가격에 인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협상에서 시간이 촉박한 것은 ING생명이기 때문이다. ING생명은 올해 12월 상표권 사용 기간이 만료돼 사명을 변경해야 한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는 올해가 가기 전에 가격을 낮춰 매각을 서두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