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길을 닦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찬성 2907표, 반대 0표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데 이어 두 번째 국가주석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어제 치러진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이 확실시된다. 2000년 첫 당선 이후 대통령 세 차례, 총리 한 차례를 역임한 푸틴은 이로써 2024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옛 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의 31년 독재 이후 최장 통치다.
동북아 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옛 공산권 맹주 두 나라 모두에서 절대 권력의 장기집권이 부활한 것이다. 20세기 말 사회주의권 붕괴와 제3세계 민주화 도미노를 거치면서 인권 언론자유 다당제 시장경제를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가 역사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게 인류 보편의 상식이었다. 권위주의 체제의 마지막 철옹성 같았던 중동과 북아프리카도 2010∼2012년 ‘아랍의 봄’으로 민주화의 거센 물결을 탔다. 그런데 4대 열강에 속하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권위주의적 장기집권 체제가 부활한 것은 역사의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강대국들의 보호주의, 일방주의, 패권주의적 성향이 노골화되는 ‘비(非)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흐름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진핑과 푸틴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토대는 ‘초강대국’으로의 부활, 경제발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내부적 열망이었다. ‘중국몽’과 ‘위대한 러시아’를 주창해 온 두 지도자는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더욱 대담하고 개입주의적인 힘의 외교로 영향력을 증대하려 할 것이다. 특히 다가올 북핵 외교전에서도 자국의 존재감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