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체계적인 도서 분류는 언제 시작됐을까?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의 왕 아슈르바니팔이 니네베에 세운 도서관을 효시로 본다. 소장 번호와 위치 표식, 제목과 주제, 주요 장절 등을 기록한 목록 점토판을 도서관 각 방 입구에 부착했다. 전통 동아시아에서는 경사자집(經史子集)으로 나누는 사부(四部) 분류법이 널리 쓰였다. 경은 유교 경서와 주석서, 사는 역사서와 국정 문서, 자는 다양한 사상서와 경사(經史)에 속하지 않은 도서, 집은 문학서다.
개인이 분류 체계를 만들기도 했다. 16세기 명나라의 조용현, 조개미 부자는 수집한 장서를 분류하여 각각 ‘조정우서목(趙定宇書目)’과 ‘맥망관서목(脈望館書目)’을 남겼다. 조용현은 사부 분류에서 벗어나 10가지 대분류와 30가지 소분류로 나름의 체계를 세웠다. 미국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은 1815년 장서를 목록과 함께 의회도서관에 보내면서 분류 방식을 설명했다. ‘책에서 펼쳐지는 정신 능력에 따라 분류했다. 그 능력은 기억, 이성, 상상이다. 각각 역사, 철학, 예술에 적용된다.’
책이 많지 않은데도, 어떤 책을 갖고 있으며 어디에 두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많지 않은 책이라도 분류해 목록을 정리해 두지 않으면 책은 꼭꼭 숨거나 깊이 잠들기 쉽다. 등잔 밑이 어둡다지만 분류하고 정리하지 않은 내 서재, 내 책꽂이보다 어두운 곳도 드물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