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파리 특파원
한국 보수 진영은 친기업적인 그의 경제 정책을 인용해 현 정부를 공격하는 소재로, 중도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은 기존의 좌우 정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근거로, 젊은이들은 변화의 아이콘으로 마크롱을 인용한다.
그러나 전 세계를 강타 중인 ‘마크롱 열풍’을 이해하려면 보고 싶은 부분만이 아니라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집권하자마자 경기가 상승세로 들어서며 실업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경쟁국인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뒷수습에 허덕대고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기 정부 구성으로 어수선해서 마크롱은 EU의 지도자 반열에 쉽게 올랐다.
강도 높은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은 전직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의 희생이 밑거름이 됐다. 올랑드 정부는 지지율 5%인 최악의 정부로 끝났지만 좌파 지지층을 잃어가며 실시한 과감한 우파 정책으로 개혁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넓혀 놓았다.
마크롱은 민주적인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총선 때 여당이 된 ‘앙마르슈’의 공천은 대부분 마크롱이 마음대로 지명한 낙하산이었다. 여성과 정치 신인 절반을 공천하면서 본인과 친분 있는 인사들이 대거 영입됐다.
이런 ‘마이 웨이’ 리더십에도 그가 각광받는 이유는 딱 하나.
프랑스는 변화에 느리고, 일처리는 지리멸렬하고, 과정은 시끄럽다는 ‘비효율 프랑스병’에 정면으로 메스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와 결과를 중시하는 마크롱은 지난 한 달 동안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분야를 망라해 10개 가까운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의 개혁안은 좌우 이념이 아니라 이 ‘프랑스병’ 해법에 초점이 맞춰진다.
정치 분야에선 9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토론하고 싸우느라 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게 ‘프랑스병’이라고 여긴다. 경제 분야에서는 국가가 지나치게 기업에 개입하고, 소수의 강성 노조가 건강한 노사관계를 방해하는 게 ‘프랑스병’이라고 믿고 있다.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혁과 ‘철밥통’을 깨뜨리는 공무원 개혁도 프랑스병 치유책이다. 일 안 해도 국가가 먹여주는 복지, 평등한 무상 교육을 우선시하느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고등교육도 그에겐 ‘프랑스병’이다.
프랑스는 국민 1000명당 공무원 수가 89명으로 전 세계 6위지만 한국은 33명으로 그보다 훨씬 적다. 프랑스의 법인세는 33%에 달하지만 한국은 22%다. 마크롱이 공무원을 줄이고,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우리도 무턱대고 따라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