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에게는 베리야가 있었다. ‘스탈린의 개’라고 불렸다. 스탈린 시대의 잔혹한 숙청은 베리야가 주도했다. 시진핑에게는 왕치산이 있다. 시진핑과 같은 태자당 출신이면서 5년 선배인 그는 ‘시진핑의 저승사자’ 정도로 부를 수 있겠다. 왕치산은 시 주석 1기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아 부패 척결을 빌미로 저우융캉 등 시진핑의 정적들을 제거하는 데 앞장섰다. 집단지도체제를 깨고 마오쩌둥 시대의 단일지도체제로 돌아가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왕치산은 선출된 뒤 시진핑과만 악수하고 리커창 총리와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2인자는 리 총리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과시한 것이다. 시진핑은 2970표 중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왕치산은 반대표가 한 표 나왔다. 반대표 숫자까지 짜고 친다는 전국인대다. 시진핑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헌법 조항이 반대표 2표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헌법보다 위다. 왕치산은 헌법 선서를 한 뒤 주먹으로 연단을 내리쳤다. 그는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팬이다. 드라마 주인공이 강함과 결의를 보여줄 때 테이블을 두 번 치는 습관을 따라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