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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벤저스’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된다

입력 | 2018-03-19 03:00:00

휠체어컬링 아쉬운 4위
복싱-공굴리기 10개월 피나는 훈련, 패럴림픽 메달 위해 버텼는데…
4강 중압감에 고비마다 샷 실수… 경기장 나온 뒤 눈시울 붉혀
“4년 뒤 베이징 더 독하게 준비”




하반신 마비 선수들로 구성된 휠체어컬링대표팀은 허리 근육 강화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왔다. 대표팀은 탁자 앞에 앉아 공을 굴리는 독특한 훈련을 했다(왼쪽 사진). 상반신만을 이용한 복싱은 허리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오른쪽 사진). 휠체어컬링대표팀 제공


경기에서 패한 뒤 승자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넬 때만 해도 담담한 표정을 짓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괜찮아!”라고 외치는 관중들을 뒤로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온 뒤에는 차오르는 슬픔을 숨길 수 없었다. 패배의 아쉬움과 힘겹게 대회를 준비했던 기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휠체어컬링 대표팀 스킵(주장) 서순석(47)은 “(경기 후)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그때는 꼭 메달을 따겠다고 빌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표팀은 17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평창 패럴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3-5로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풀리그 예선을 1위(9승 2패)로 통과한 대표팀이지만 준결승부터 토너먼트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고비 때마다 샷 실수가 나오며 무너졌다. 백종철 대표팀 감독은 “노르웨이와의 준결승(6-8 한국 패)부터 승기를 잡아야 할 때 잡지 못하고 무너졌다. 앞으로 심리 컨트롤 등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사실 오늘 아침부터 눈물이 났다. 선수들은 정말 힘든 훈련을 참아가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반신 마비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체력 훈련은 고통과의 싸움이었다. 체력 훈련은 경기 이천훈련원에서 10개월 동안 하루 2시간 30분씩 실시됐다.

서드 정승원(60)의 휠체어 손잡이에는 ‘죽지 않을 만큼 엎드려라’라고 적혀 있다. 이는 투구 시 최대한 허리를 숙이라는 뜻이다. 딜리버리 스틱으로 스톤을 밀 때 자세가 높으면 스톤이 흔들려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백 감독은 “하반신 마비 선수들은 허리 아래쪽으로는 힘을 못 쓰기 때문에 허리를 구부렸다가 다시 펴는 데 고통이 따른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허리 근육의 가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선택한 것은 ‘복싱’과 ‘탁자에서 공굴리기’다. 대표팀 관계자는 “상반신만 이용해 복싱을 하면 허리 주변 근육과 복근이 강화된다. 선수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숙소에서도 긴 탁자 앞에 모여 틈틈이 허리 운동을 했다. 탁자 앞에 앉아 공을 앞으로 굴리면서 허리를 최대한 숙이는 훈련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 훈련을 하고 나면 선수들의 유니폼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 훈련 중에는 벤치 프레스와 턱걸이도 있었다. 상반신만 사용하는 힘든 운동이었지만 선수들은 메달에 대한 간절함으로 모든 과정을 버텨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어느새 4년 뒤 베이징 패럴림픽을 향해 다시 뛰겠다는 각오다. 백 감독은 “세계선수권이든, 베이징 패럴림픽이든 지금보다 더 독하게 준비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