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럴림픽 폐막]장애인아이스하키 사상 첫 동메달 정승환 “아버지와 약속지켜 행복”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신 아버지! 제가 해냈어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관중들도 선수들도 다 함께 눈시울을 붉힌 그때,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리는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에이스 정승환(32·포워드·사진)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2014 소치 패럴림픽을 앞두고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정승환은 경기 종료 3분 18초 전에 상대 골대 뒤편으로 파고든 뒤 강력한 패스를 연결해 장동신(42)의 결승골을 도왔다. 정승환은 “내가 아니라 누구든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과거에 아픔을 안긴 이탈리아를 꺾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소치 대회에서 정승환과 대표팀에 아픔을 안긴 팀이다. 당시 대표팀은 예선 1승 1패를 기록한 상태에서 이탈리아에 1-2로 져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정승환은 “아버지를 목포에 있는 봉안당에 모셨다. 대회가 끝났으니 동메달을 들고 당당히 아버지께 가겠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애국가를 부른 정승환은 “내 인생 최고의 애국가였다”고 말했다.
정승환은 다섯 살 때 공사장에 쌓아 놓은 파이프 더미에 깔리면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체격(167cm, 53kg)은 왜소하지만 스피드가 탁월하다. 상대팀은 그를 막기 위해 몸과 썰매를 부딪쳐 온다. 이날도 그는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뛰었다. 정승환은 “경기 전날에는 진통제 주사를 맞았고, 경기 중에는 진통제 알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정승환은 체코와의 2차전 연장 결승골을 비롯해 팀 최다인 3골, 3도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