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젊은이들 당당한 ‘소신 커밍아웃’ 가수 수지 ‘걸파워 귀걸이’ 화제 “위안부 문제 해결” 스티커 붙이고 “육식주의 반대” 티셔츠 입고 다녀… 타인 의식 않고 가치관 표현
일반인부터 유명인까지 액세서리, 옷 등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겉으로 드러내는 ‘미닝아웃’ 현상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수지의 ‘걸 파워’ 귀걸이. MBC TV 화면 캡처
#2. 대학생 임두준 씨(22)는 ‘메시지 스티커’ 마니아다. ‘#위안부 문제 해결은 언제쯤’ ‘#다스는 누구겁니까’처럼 사회적 이슈가 담긴 스티커를 주문 제작해 노트북과 여행가방 등 소지품에 장식처럼 붙이고 다닌다. 그는 “내 생각을 드러내는 걸 즐긴다. 사회 현상에 대해 관심을 표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닝아웃(meaning out)’의 시대다.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한 반대나 찬성, 동성애나 페미니즘 등에 대한 지지처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신념을 드러내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정치, 사회적 신념을 거침없이 ‘커밍아웃’하는 젊은이가 늘면서 ‘미닝아웃’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일반인부터 유명인까지 액세서리, 옷 등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겉으로 드러내는 ‘미닝아웃’ 현상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왼쪽 부터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입은 ‘여자는 존중받기 위해 겸손해질 필요가 없다’는 슬로건 티셔츠와 유니세프의 후원자임을 나타내는 고수의 ‘유니세프 팔찌’. 아리아나 그란데 트위터·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제공
‘미닝아웃족(族)’은 주로 해시태그(#)가 달린 정치 관련 문구부터 육식주의를 반대하는 ‘낫 아워스(NOT OURS)’나 ‘PLEASE STOP(아동학대 반대)’ ‘SAVE ME(유기동물 보호)’ 등 사회적 메시지가 새겨진 티셔츠나 열쇠고리, 가방을 착용하는 게 특징이다. 애국심을 드러내기 위해 태극기와 무궁화가 크게 그려진 ‘광복절 굿즈’ ‘3·1절 굿즈’를 패션 아이템처럼 착용하기도 한다.
비거니즘(채식주의) 패션 브랜드 ‘낫 아워스’의 신하나 대표는 “예전에는 크게 드러난 슬로건이나 메시지가 부담스럽다던 소비자가 많았지만 이제는 자부심을 느끼고 먼저 관련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88만 원 세대’ ‘삼포세대’ 등 수동적인 이미지로 비치던 젊은 세대들이 세월호 사태, 촛불 집회 등을 경험하며 변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젊은 세대들이 외부의 담론이나 주장을 수용하고 확산시키는 중간 매개자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 자신의 신념을 신속하고도 개성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장선희 sun10@donga.com·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