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은 앞으로 대법관후보추천위에 심사대상자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법원이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이 직접 천거하거나 외부에서 천거한 인물 중에서 적합하다고 여기는 인물을 골라 추천위에 심사해달라고 제시함으로써 시작된다. 대법원장이 아예 심사대상자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추천위가 자유롭게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는 3배수 이상의 대법관 후보를 추천한다. 그러면 대법원장이 이 중 1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임명해달라고 제청한다. 그동안은 추천위에서 법원 측 위원이 대법원장이 마음에 둔 후보를 천거하면 대법원장이 그를 심사대상자로 제시했다. 추천위가 추천하는 3배수 이상 후보 중에는 그가 끼어있기 마련이고 대법원장은 그를 대법관으로 제청하는 수순을 밟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번에 대법원 규칙을 바꿔 아예 심사대상자를 제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한 추천절차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취임 후 첫 출근길에서 새 대법관을 인선할 때 대법관후보추천위에 후보 추천의 실질적 권한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의견이 충돌할 때는 자신의 뜻을 관철해 사법부 독립을 지키겠다고도 했다. 대법원장이 심사대상자 제시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은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 늘 있기 마련인 편향 시비나 정치권의 압력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