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 원대의 뇌물을 수수하고 자신이 실소유한 다스에서 350억 원대의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MB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구속영장 청구의 이유로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영장 청구를 문재인 정부의 ‘이명박 죽이기’로 규정하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비서실 명의 성명서를 내며 반발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MB를 다스의 실소유자로 규정했다. 그가 받고 있는 350억 원대 다스 비자금 혐의와 110억 원대 뇌물 중 가장 큰 액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의 다스 소송대납비 60억 원 모두 MB가 다스의 실소유자임을 전제한다. MB는 2007년 대선에서 다스의 실소유자임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그러나 최근 김윤옥 여사가 다스에서 발행한 법인카드로 수억 원을 썼다는 검찰의 주장과 관련자들의 진술 등은 다스가 단순히 가족기업이 아니라 MB 소유라는 의혹을 짙게 한다.
MB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22억5000만 원, 대보그룹으로부터 5억 원,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4억 원 등에다 능인선원에서도 2억 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이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한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혀 수사가 더 진행되면 MB의 혐의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 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MB가 대통령이 되기 전의 것으로 사전뇌물죄가 성립하는지 다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뇌물이든, 불법 정치자금이든 정당하지 못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MB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 지난해 3월 27일이므로 거의 1년 만에 또 다른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셈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우리는 2명의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 또다시 전직 대통령의 불행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씁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제1회 정부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과거 부패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혁신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보다는 미래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우리는 언제까지 수의 입은 전직 대통령의 초췌한 모습을 봐야 하나. 최근 1년 새 2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참담한 기록을 세울지 모를 대한민국의 위상은 또 어떤가.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