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공단 재개시 도입 검토” 지정계좌에 달러 대신 원화 입금… 한국서 非군사물품만 구입 가능
정부가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될 때 근로자 임금이나 임차료를 원화로 결제하는 계좌인 ‘개성페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가 북한으로 건네는 자금이 핵무기 개발 등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개성공단 재개 시 관련 자금의 군사적 전용을 막을 수 있는 ‘개성페이’와 같은 원화 결제방식의 적용 가능성 등을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대북 제재와 상충하는지와 현재 진행 중인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간 대화 추이 등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성페이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남북경협사업 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이 지정계좌에 달러화가 아니라 원화로 임차료와 임금을 넣으면 북한이 이 계좌를 통해 한국에서 비군사적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경협 대금이 달러로 지급돼 북한이 이 돈을 무기 구매나 핵 개발 등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
개성페이가 실현되려면 북한이 계좌에서 원화를 인출해 달러화로 환전하는 것을 막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이 계좌로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을 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하는 과제다.
개성페이와 비슷한 형태는 국내 시중은행에 개설돼 있는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다. 한국 기업은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는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 이란 원화계좌에 대금을 원화로 지급한다. 이후 한국 기업이 이란에 생필품이나 가전제품 등을 수출하면 이 계좌에서 원화로 대금을 받는다. 미국 재무성의 허가를 받아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는 우회로를 마련한 것이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