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대통령 영장 청구]구속영장에 나타난 다스와 MB
검찰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77)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서 이 전 대통령이 1990년대 초반부터 다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비자금 저수지’로 이용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이 2006년 서울시장 재임 중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계획하면서 측근들에게 다스의 비자금 조성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 MB “큰 꿈 있으니…” 비자금 중단 지시
검찰에 따르면 1996년 4월 15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직원인 정모 씨에게 선거사무소 경리 업무를 맡게 하고, 3월경 여론조사 회사에 의뢰한 선거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다스 법인 자금으로 지급하게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1991년 11월부터 처남이자 재산 관리인이었던 고 김재정 씨 등을 영포빌딩에 근무하게 하면서 다스에서 조성한 비자금 등 불법 자금을 관리하도록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대통령은 영포빌딩 지하 2층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대형 금고와 차명계좌에 보관된 수백억 원대 불법자금의 관리 현황을 살펴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영포빌딩을 ‘이 전 대통령이 불법자금을 세탁해 보관하다가 사적비용으로 사용하는 저수지’라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임기 말인 2005년 10월경 김성우 다스 사장 등에게 다스의 자금 횡령을 중단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뒤 자신에 대한 여론 호감도가 상승하자 그 기세를 이용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굳히고 ‘관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당시 현대자동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인 다스를 통해 비자금을 만드는 게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06년 1∼3월경 김 사장 등이 횡령액 규모를 보고하자 “내가 큰 꿈이 있으니 올해부터는 위험한 일을 하지 말라”며 비자금 조성 중단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가족 모임에 이 씨를 불러서 차명 보유했던 도곡동 땅 매각대금 계좌 관리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 씨는 그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해외 미수 채권을 회수한 것처럼 장부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횡령한 자금을 회사 수익으로 돌려놓겠다고 보고했다. 또 법인세까지 줄이겠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씨에게 “잘했다. ○○이 잘했네. 너 혼자 다 해도 되겠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 MB 부부, 다스 법인카드 국내외 1796차례 사용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부부가 국내외에서 다스 법인카드를 1796차례 쓴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 부부는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다스 법인카드를 많이 쓴 것으로 드러났다. 1996년 5월에는 미국의 호텔 등에서, 그해 7월에는 호주에서 썼다. 또 1996년 8, 9월에는 일본의 특급호텔에서 다스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의원직을 잃고 미국으로 건너간 1998년부터 1999년까지는 다스 법인카드가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