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연극 ‘미저리’
연극 ‘미저리’의 한 장면. 소설 ‘미저리’의 작가 폴 역을 맡은 배우 김승우(오른쪽)의 연극 데뷔작이다. 스토리피 제공
주요 등장인물은 소설 ‘미저리’의 작가 ‘폴’과 이 소설의 광적인 팬 ‘애니’다. 신작 원고 작업을 마친 폴은 폭설이 쏟아지던 날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를 미행하던 애니는 폴을 구조해 자신의 집에 감금한 뒤 그를 보살핀다. 때로는 폴의 엄마처럼 간호하고, 때로는 광적으로 폴을 몰아붙이며 그를 소유하려 든다. 애니 역의 길해연에게서는 광기와 살기, 상냥함 등 복잡한 감정이 시시각각 예측할 수 없이 튀어나온다. 폴은 점점 미쳐가는 애니를 설득하며 탈출을 꿈꾼다.
애니가 걷잡을 수 없는 ‘폭풍우’ 같은 존재라면, 폴은 위기 상황에서도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캐릭터다. 김승우는 침착하면서도 안정적인 폴을 자연스럽게 그리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무대 경력이 많고 연기 내공이 탄탄한 길해연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