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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강연료 3000만원 기부한 해군 노병

입력 | 2018-03-20 03:00:00

90세 최영섭 해양소년단 고문 “해군 전사 장병 자녀 위해 써달라”
6·25땐 대한해협 전투 참전… 북한군 수송함 격침 등 戰功 세워




최영섭 해양소년단 고문(왼쪽)이 19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엄현성 해군참모총장에게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 기부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최 고문은 20년간 안보강연을하며 모은 돈을 기부했다. 해군 제공

‘대한해협해전 영웅’ 최영섭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90·해사 3기·예비역 해군 대령)이 해군 전사·순직 장병의 자녀들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 원을 기부했다. 최 고문은 6·25전쟁 당시 대한해협해전에 참전해 북한 무장군인 600여 명이 탄 수송함을 수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부친이기도 하다.

해군은 최 고문이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열린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 기금 전달식에서 기부증서를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바다사랑 해군장학재단은 해군 전사·순직 장병 자녀들에게 장학금 등을 후원할 목적으로 2014년 1월 설립된 재단이다. 기금은 해군 장병들의 기부와 개인 및 단체 기부 등으로 조성된다.

최 고문은 이날 지난 20여 년간 학교 및 군부대에서 안보 강연을 하고 모은 강의료 3000만 원을 쾌척했다. 최 고문은 기부금을 전달하며 “해군 참전용사 자녀들을 위한 노병의 마지막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6·25전쟁부터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사자의 피가 고이고 고여 현재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 나는 이들과 이들이 이룬 대한민국에 빚진 인생을 살았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 빚을 갚고 싶어 그들의 자녀를 위해 기부를 결심한 것”이라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은 “최영섭 선배님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군에 대한 사랑은 해군 장병과 유가족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며 “‘한번 무너진 조국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선배님의 가르침대로 전 해군 장병이 힘을 모아 완벽하게 조국의 바다를 지키겠다”고 답했다.

최 고문은 1950년 2월 해사를 졸업하고 임관한 뒤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 갑판사관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백두산함은 해군 장병 부인들이 삯바느질을 하고 모금운동을 해 모은 돈으로 1949년 미국에서 사들인 함정으로 6·25전쟁 발발 당시 해군이 보유한 유일한 전투함이었다. 최 고문은 6·25전쟁 발발 당일인 1950년 6월 25일과 26일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한해협해전에 이 함정을 타고 참전해 공을 세웠다. 최 고문은 대한해협해전 이후엔 백두산함 함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1965년 3월에는 해군 최초의 구축함인 충무함 함장으로 재직하던 중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 어선으로 가장한 북한 간첩선을 발견해 격침하는 등 다양한 전과를 올렸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등을 받았다. 1968년 대령으로 전역한 뒤 1975년부터는 무보수 명예직인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학교와 군부대를 찾아 안보 강연 활동을 해 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