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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퍼터와 함께… 돌아온 ‘여제’

입력 | 2018-03-20 03:00:00

박인비, LPGA 1년 만에 우승
퍼트 수 줄이며 파운더스컵 19언더… 바꾼 일자형 퍼터로 정교함 더해
작년말 허리 부상 딛고 완벽 부활




10개 홀 연속 파를 기록한 박인비(30)는 12번홀(파4) 그린 밖에서 시도한 6m 버디 퍼팅을 홀에 떨어뜨렸다. 지루한 ‘0’의 행진을 끝낸 그는 13번홀(파4)에서 3m, 14번홀(파3)에서 6m 버디 퍼팅을 연이어 성공시킨 뒤 15번홀(5)에서 서드샷을 1.5m에 붙여 다시 버디를 추가했다. 4연속 버디를 낚도록 표정 한번 변하지 않은 박인비가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골프 여제’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박인비는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클럽(파72·667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해 최종 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HSBC 챔피언스 이후 1년 만에 투어 통산 19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 출전 후 허리 통증으로 LPGA투어 시즌을 마감하고 국내 2개 대회에만 나섰던 그는 이달 초 HSBC 챔피언스에 출전해 공동 31위로 마친 뒤 2개 대회 만에 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다.


우승 비결은 정교한 퍼팅이었다. 박인비는 3, 4라운드에 퍼트 수를 각각 27, 28개로 떨어뜨렸다.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는 1년 넘게 사용하던 반달형 퍼터 대신 일자형 퍼터를 새롭게 들고 나왔다. 박인비는 “그동안 한 퍼터만 오래 쓰다 보니 실수가 나와도 잘 못 보는 것 같았다. 남편(코치 남기협 씨)의 권유로 퍼터를 바꿨다. 치는 대로 공의 움직임이 보여 미스 샷을 교정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장타자들에 비해 비거리가 20야드 이상 적게 나가는 박인비는 감각적인 퍼팅으로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펑산산(중국)은 “인비 퍼터에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라도 달렸느냐”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를 압박한다고 해서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이 붙은 박인비의 완벽한 부활이었다.

올해 만 30세가 된 박인비는 “요즘 워라밸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내가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다. 30대에는 골프와 내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즌 초 우승으로 여유 있게 투어 생활을 하게 됐다. 2주 후 ANA 인스피레이션을 비롯한 메이저 대회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55세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는 후반 한때 2타 차 2위에 나서며 역대 최고령 우승을 꿈꿨으나 박인비를 넘지 못한 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머리나 앨릭스(미국)와 5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전인지는 공동 5위(13언더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