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마더’에 대해 “처음으로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다니엘에스떼
연기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준 첫 작품
아이 키우는 엄마라서 몰입도 쉬웠죠
집에서도 아이랑 뒹굴 때가 제일 좋아
다음엔 밝고 예쁜 캐릭터 어떨까요
아이 키우는 엄마라서 몰입도 쉬웠죠
집에서도 아이랑 뒹굴 때가 제일 좋아
다음엔 밝고 예쁜 캐릭터 어떨까요
연기자 이보영(39)은 ‘소박한’ 꿈을 꾼다. 그는 대중에게 ‘이보영 나오면 한번 봐볼까?’ ‘이보영 나오면 재밌겠지?’라는 반응을 기대한다. “10년 전만 해도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해 “결혼하고 출산한 나이에도 활동할 수 있는 여배우”로 오랫동안 남고 싶다. 그는 “앞으로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의 폭은 줄겠지만 그 안에서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마더’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2002년 광고모델로 데뷔한 이보영은 2003년 SBS ‘백수탈출’로 연기에 뛰어들었다. 16년간 17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대상을 포함해 각종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안았다. 방송관계자들과 대중에게 인정받고 자신의 만족도도 높았지만 ‘마더’는 이전까지와 다른 그 이상을 안겨줬다.
“2018년의 겨울이 굉장히 추웠는데 가슴은 따뜻했다. 제가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첫 방송할 때 대본이 14회(16부작)까지 완성돼 내용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모두가 숨소리 내지 않고 지켜봐줬다. ‘이런 게 공동작업이구나’를 느꼈다. 이런 작품을 또 만난다면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이보영은 “드라마 출연을 결정했을 때 호르몬 이상이 왔는지 아동학대 사건을 뉴스로 볼 때마다 통곡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이 몰입하기 더 쉬웠고, 이해하기 어렵고 쥐어짜내야 하는 감정이었다면 촬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콧구멍이 커지면서 울기도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tvN 드라마 ‘마더’에서의 이보영. 사진제공|tvN
이보영이 연기를 하며 새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팬들이 보내주는 팬레터를 읽으면서다. 지금도 기획사로 배달되는 팬레터를 일일이 챙겨본다는 그는 “전국의 서영이(‘내 딸 서영이’ 캐릭터)와 수진(‘마더’ 캐릭터)이에게서 많은 편지를 받았다”며 “저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를 통해 이보영의 연기열정은 더욱 뜨거워진다.
“메시지나 교훈,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도한 것 이상의 반응이 오면 너무 행복하다. 제가 표현한 저를 알아봐줬다는 것은 시청자와 제대로 소통했다는 의미이기에 뜻 깊고 보람차다.”
“대중이 바라는 것과 제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충분히 오가야 했는데 경계를 넘어서 위험요소가 컸다. 저의 연기색깔을 한번에 바꾸기보다는 조금씩 천천히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리고 변할 것이라 믿는다. 때문에 변화에 고민하지 않는다. 표정과 목소리는 이미 저이지 않나.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들이 제 연기를 깊어지게도, 무뎌지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자 이보영. 사진제공|다니엘에스떼
내심 밝고 예쁜 캐릭터에도 욕심이 난다. 하지만 이보영은 “남편과 제가 받는 대본의 양, 작품 장르도 확실히 차이가 있다”며 약간의 서운함을 드러낸다. 2013년 결혼한 남편인 연기자 지성과 2015년에 품은 딸 지유를 놓고 벌이는 ‘애정경쟁’에서 밀리는 것 같아 샘이 나기도 한다.
“제가 일주일 동안 아무리 잘해줘도 아빠가 오면 소용이 없다. 하하!”
그래도 딸의 애교 앞에서는 당해낼 도리가 없다. 이보영은 “요즘은 하루가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귀엽다. 의사표현 할 때 단어 구사 방법이 기발하다. 최근에는 백설공주에 꽂혀 드레스 입고 사과 먹은 뒤 쓰러지는 동작을 반복한다. 하루에도 수십 켤레의 신발과 옷을 갈아입고, 브러시로 화장하는 시늉을 한다. 연기를 하고 싶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 남편은 시키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보영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딸을 보면서 언제까지나 “좋은 엄마”이고 싶다고 했다.
“딸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고 싶다. 떠먹여주기 보다 스스로 떠먹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고 남편과 항상 얘기한다. 둘째 계획이 없지는 않은데, 지금은 셋이서 집에서 뒹굴 거릴 때가 제일 좋다. 마음이 부자 된 것 같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