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올림픽 당시 손기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에게 손기정의 금메달은 ‘불멸’로서 기억된다. 왜 우리는 고(故) 손기정 선생의 193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잊지 못할까?
스포츠동아는 2008년 3월 24일 창간호에서 역대 올림픽 최고스타를 설문 조사했다. 당시에도 대한민국스포츠를 이끄는 ‘종목별 전문가 100인’에게 물었다. 무려 29명이 손기정을 1위로 뽑았다. 2위는 1표 차이로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의 황영조(28명이 선정)였다. 이 두 금메달은 민족의 한(恨)으로 연결된다.
손기정의 금메달은 지금도 ‘일본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에서 알 수 있듯, 손기정의 금메달은 비록 나라는 잃었어도 한국인의 첫 금메달이었다.
‘한국 스포츠 역사상 종목 불문 최고 영웅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지금이 아니라 과거와 지금을 포함하는 역사상에서 골라달라고 물었다. 스타가 아니라 영웅을 뽑아달라고 청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체육의 ‘올 타임 넘버원’을 찾는 질문이었다.
영속성이 포함되었기에 답은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손기정. 25명의 전문가들이 첫 손가락에 꼽았다. 가장 많이 나온 이유는 “손기정 선생 말고, 누구를 뽑겠는가?”였다.
TV도, 인터넷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손기정보다 더 많은 금메달을 따낸 선수도 많았다. 손기정의 불멸성은 수량으로 측정될 수 없는 영역이다. 기억으로, 구전(口傳)으로 손기정은 전설이 됐다. 세상 모든 희귀한 것들이 그렇듯이, 시간이 쌓일수록 그 가치는 오히려 올라가는 법이다.
한국인은 최초를 좋아한다. 그 개척정신을 사랑하는 것일 테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입증한 차범근 전 감독이 13표를 받았다.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라는 위상을 지닌 코리안특급 박찬호(10표)도 은퇴 후 여전히 레전드로서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10표) 역시 영원히 기억될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