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5명 퇴직-사업총괄 보직 폐지 해외 부실로 매각 실패 책임 물어 산은, 국내주택부문 대폭 강화 준비… 단기간 주가 올려 재매각 포석
○ 임원 11명 중 6명 교체
대우건설은 19일 기술연구원장,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조달본부장, 토목사업본부장, 품질안전실장 등 본부장급 임원 5명의 자리에 직무대리를 임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전무 자리였던 사업총괄 보직도 폐지됐다. 본부장 11명 중 6명의 사표를 한번에 받은 것이다. 이들은 19일 오후 갑자기 해임 통보를 받았다. 대우건설이 연말 인사 시즌이 아닌 때에 임원을 교체·해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사업 리스크는 산은으로 편입된 이후 대우건설의 발목을 잡아 온 대표적 걸림돌이었다. 2016년에는 국내 주택경기 호황으로 국내 부문이 8135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해외에서 1조316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5030억 원 규모의 ‘어닝쇼크’가 났다. 지난해에도 7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됐지만 모로코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발전터빈 결함이 3000억 원대 손실로 이어지면서 4000억 원 흑자에 그쳤다. 20일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산은 인수 당시인 1만5000원의 3분의 1 수준인 5500원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각 불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모로코 발전소 설비조달을 책임진 임원뿐 아니라 인사담당 임원 등도 회사 체질 개선 명목으로 해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주택 부문 중심 사업 재편 신호탄
대우건설 본사.
대우건설 내에서는 산은 측이 회사의 강점인 해외 부문을 과도하게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이 기업 관리에 실패한 책임은 지지 않고 대우건설 임직원만 문책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한 대우건설 전직 임원은 “산은이 대우건설 임직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회사의 실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