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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수입 1억… 동네 파수꾼… 택배기사가 달라졌어요

입력 | 2018-03-21 03:00:00

국내 택배시장 급성장 힘입어
평균수입 늘고 가족단위 기사 증가
경찰 “골목길 잘 알아 치안 도움”




택배기사들이 연간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기도 하고, 동네 치안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활동하는 등 택배기사들의 면모가 달라지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총 물동량은 23억 상자였다. 15세 이상 국민 1명을 기준으로 연간 52개, 매주 1개 이상의 택배를 받은 셈이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기사의 소득 수준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1만7000여 명의 평균소득을 분석한 결과 월 평균소득은 551만 원(세전)이었다. 전체 대상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중위소득)은 529만 원이었다.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이 비슷하다는 건 일부 고소득자가 평균 임금을 높이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택배기사 전체의 66%가 월 5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고, 3%는 연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택배기사들은 월급을 고정적으로 받는 게 아니라 택배를 배송한 만큼 배송비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택배기사는 택배 회사 또는 개별 택배사업장에 고용돼 근무를 하는 형태지만, 독립적인 배송과 영업을 하는 개별 사업자이기도 하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택배사업장으로 들어오는 택배뿐 아니라 한 달에 1만 개 이상의 택배를 보내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도매상들을 고객으로 잡아 소위 ‘대박’을 내기도 한다. 택배기사들은 ‘땀 흘려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정직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택배기사들은 세금, 보험료, 기름값 등을 포함해 한 달에 약 140만 원의 고정비용이 든다. 그러나 고정비용은 배송량에 비례하지 않아서 많이 배송할수록 이득이 남는다. 이렇다 보니 택배를 많이 실어 나르려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일하거나, 부부나 형제가 함께 일하는 가족 단위 택배기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택배기사들은 각종 미담 사례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배송 중 하천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주택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해 재빨리 화재 진압에 나선 택배기사도 있다. 평상시 동일한 구역에서 반복적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이상한 징후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다. 한 경찰관은 “택배기사가 처음 보는 사람이 집에서 나오는데 수상하다고 해서 출동해 보니 도둑이었다”고 말했다. 미담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부 택배기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와 함께 심폐소생술, 하임리히법 등의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2016년에는 경찰청과 ‘민관 협업적 치안활동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