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인터뷰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갈등을 넘어 화해와 상생을 지향하는 제주 4·3 정신과 맥을 같이하는 북-미 회담이 도민의 염원을 담아 제주에서 개최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제공
북-미 정상회담의 제주 개최를 제안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기대한다며 그 이유와 의미를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1998년 ‘북한 감귤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제주는 남북 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방문단 교류 등을 계속했다. 과거 한미와 한소, 한일 정상회담이 제주에서 열렸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 평화의 상징적 공간 중 하나다.
원 지사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이나 워싱턴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평양을 방문하거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에 건너가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제3국이나 중립국에서의 회담은 역사적 의미도 크지 않다. 그렇기에 제주가 최적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투자자본 검증과 통제를 강력히 추진했는데 난개발 방지에 도움이 됐나.
“일단 ‘브레이크’를 확실하게 걸었다. 허가된 사업이 많지만 제주의 청정 가치와 도민 이익을 지키려고 법 테두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패를 전부 동원했다. 관광개발사업 가이드라인 설정, 투자이민제도 제한 등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막았다. 환경보전과 투자 부문 간 균형, 미래가치 등 투자 유치의 3대 원칙을 제시했고 지금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관광객과 이주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문제점도 많다.
“최근 4년간 인구 증가 12%, 경제 성장 5%, 관광 성장 10% 등을 기록했다. 경제는 활황이다. 하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수와 쓰레기 처리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응급조치나 땜질 처방으로 대응하면 얼마 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와 최첨단 친환경 하수처리 시스템 구축, 상수도 유수율 향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공항은 연간 3000만 명이 이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공항 중 하나다. 그래서 제2공항을 추진하는 것이다. 최대한 주민 입장을 대변하고 제주공동체 전체의 미래에 맞는 방향으로 풀어가고 있다. 반대 주민들이 갖고 있는 의구심을 풀려고 국토교통부 공항기본계획 수립용역과 별개로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책사업을 재검증하는 것은 제2공항이 처음이다. 잘 해결되면 2020년부터 실시설계와 보상,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제2공항을 개항하는 수순이다. 새로운 경제산업군을 연결할 관문이자 비즈니스 생태계 중심으로 제2공항을 키울 것이다.”
―교통혁명이라 할 만큼 대중교통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해마다 자동차가 2만 대씩 늘면서 교통난과 주차난이 심각하다.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10%로 전국 최저다. 제주도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교통체계 구축을 늦출 수 없었다. 1200원이면 어디든 가는 전역 시내버스화를 비롯해 급행노선 신설,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등을 도입했다. 읍면지역 70세 이상 어르신이 택시를 무료로 이용하는 ‘행복택시’도 운영 중이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대한 도민 의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승객의 대중교통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교통문화지수는 전국 꼴찌에서 3위로 수직상승했다.”
―‘탄소 없는 섬’에서 진보한 ‘에코 스마트랜드’를 내세웠는데 어떤 의미인가.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중앙정부 중심의 국가 운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담대한 도전이다. 지방정부에 재정과 입법 조직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대폭 확대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12년 전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들 당시 구상은 외교와 사법 국방을 제외하고 모든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결과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이라는 논리와 중앙 부처 반대에 가로막힐 때가 많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지방정부’라는 헌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미국 연방제 수준의 자기결정권을 갖는다면 ‘한국형 분권 모델’을 정립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 잔류, 무소속 출마 등 선택지가 어디냐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여당에 대한 견제세력 마련과 건강한 개혁보수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 선택과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