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김태영 前국방장관 軍당국 비판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20일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20일 군 당국이 다음 달부터 시작될 한미 연합훈련 기간을 단축해 실시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처럼 비판했다. 한미와의 정상회담 의사를 표명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예년 수준으로 (훈련을) 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힌 마당에 우리가 나서서 훈련 축소에 나설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한미 군사동맹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열린 강좌에서 김 전 장관은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수세에 몰려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군사훈련으로 더 강하게 밀어붙여 북한이 협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이 꺼내들 비핵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이 체제 보장용이 아니라 남한 타격용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5일 우리 대북특사단에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의구심을 제기한 것. 김 전 장관은 “북한이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인 미국을 직접 겨냥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북한은 남한을 향한 핵미사일을 오래전 개발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거론되는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는 ‘선(先)조치 후(後)서명’ 원칙을 강조했다. “협정서라는 종잇장에 서명하는 것으로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허용 등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감시·검증 시스템 마련, 군비 검증체계 확립 등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한 뒤 맨 마지막에 협정 서명에 들어가야만 진정한 평화와 공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병력 규모 감축과 군 복무기간 단축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김 전 장관은 북한군이 10년 이상 의무복무를 하는 것을 언급하며 “북한은 프로선수 11명을 축구경기에 투입했는데 우리는 8명만, 그것도 아마추어로 투입하겠다는 격”이라며 군 전력 약화를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