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단체행동권 등 노동자 권리 강화
장관 발언 경청하는 문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일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가진 차담회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왼쪽)의 얘기를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며 경청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20일 청와대 개헌안의 세부 내용을 처음 공개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지금까지 전혀 언급된 적이 없는 노조의 파업권(단체행동권) 확대를 꺼냈다.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 파업을 헌법으로 보장하겠다는 얘기다. 재계는 “현재도 정리해고가 힘든 상황에서 노사 갈등만 부추기는 개헌”이라고 반발했다.
○ 헌법으로 정리해고 파업 보장
권익 보호의 대표적 사항이 정리해고 반대다. 해고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아닌 ‘권익’에 속하는 만큼 사용자의 해고 조치를 뒤집으려면 단체행동이 아니라 개별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도 이런 헌법정신에 따라 권익 보호를 위한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원이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의 정리해고 반대 파업을 불법으로 판결한 이유다. 하지만 개헌안에서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행사 범위에 ‘권익 보호’를 추가했다.
노동조합법에선 임금이나 근로시간과 함께 해고도 근로조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해고는 노사가 해고 요건을 두고 협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 요건에 따라 해고가 이뤄졌다면 이에 반대하는 쟁의행위는 불법인 셈이다.
대통령 개헌안대로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권이 인정되면 근로자 입장에선 고용 안전망이 확대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견이 큰 사항을 헌법에 담아 노사 간 자율 타협 여지를 없앤다는 점이다. 한 노동법 전공 교수는 “개별법으로 다뤄야 할 부분을 헌법에 담으면 모든 파업의 근거가 헌법이 될 수 있다”며 “국민과 사회를 통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헌법이 되레 갈등과 대립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앞으로 공무원도 파업하나
다만 헌법을 개정한다고 곧바로 공무원들도 파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 수석은 “현역 군인 등 법률이 정한 예외적인 경우 (공무원의) 노동 3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헌법에 공무원의 노동 3권을 원칙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 담기면 노동단체는 이를 근거로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의 개정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개정 헌법을 근거로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제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개헌안에 국가가 동일가치 노동에 동일수준 임금을 지급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담겠다는 대목도 논란거리다. 현재 ‘동일가치 노동의 동일 임금’은 남녀고용평등법(제8조 1항)에 담겨 있다. 이를 헌법으로 보장하면 동일노동의 기준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이 밖에 대통령 개헌안에선 ‘근로(勤勞)’라는 용어를 ‘노동(勞動)’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조 수석은 “현행 헌법의 ‘근로’라는 용어는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대를 거치며 사용자 관점만 강조한 용어”라고 밝혔다.
○ 재계 “고용 자체를 두려워하는 상황 올 것”
반면 재계는 “개헌안대로 노동자 권리가 대폭 강화되면 기업이 투자와 고용 자체를 두려워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외국 자본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명지대 조동근 경제학과 교수는 “(개헌안이) 노동계의 권리는 강조한 반면 반대쪽 권리는 간과한 것 같다”며 “자칫 경제의 신진대사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단체행동권(헌법 제33조 1항) ::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 노사대등 결정의 원칙(근로기준법 제4조) ::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