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첫 보행자 사망사고] 안전성 문제 드러낸 자율차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사고 정황을 파악 중인 애리조나주 템피시 경찰은 우버 측 과실이 적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비아 모이 템피 경찰서장은 “운전석에 앉아 있던 시험자는 피해자가 차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사고 사실을 알았다”며 “영상을 보면 사람이 운전했더라도 충돌을 피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각종 첨단 센서가 사람 인식 못해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율주행시스템연구그룹장은 “자율차에 여러 센서가 장착돼 있지만 여러 조건이나 각도에 따라 탐지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자율차에 장착된 각종 센서와 카메라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사고 발생 시각이 오후 10시경으로 주변이 어두웠던 점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곽노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자율차에서 다가오는 물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비전센서’를 이용하는데 밤에는 성능이 다소 제한될 수 있다”며 “레이저를 이용하는 ‘라이다(LIDAR)’ 센서는 밤에도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할 수 있지만 물체 종류까지 알아내기는 힘들고 눈과 비가 올 때는 역시 성능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날씨는 따뜻했고 바람과 습기도 많지 않아 센서에 영향을 미칠 상황은 아니었다.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벗어나 길을 건너고 있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센서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도 충돌 예상시간 계산이나 판단 및 제어 알고리즘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날 확률이 작은 곳으로 인식해 탐색 범위를 좁혔을 수도 있고, 센서가 부착된 위치나 각도가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고 차량이 시속 약 60km로 달리고 있던 것도 시험 중인 자율차로는 빠른 편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자율차가 사고를 일으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9월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플로리다주 고속도로에서 테슬라S가 자동운행 모드로 달리던 중 트레일러와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안전 경고를 무시한 운전자 과실 탓으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테슬라 차량이 트레일러 상단의 하얀색 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안전 기능이 즉각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 기술개발에 차질 예상돼
현재 세계에서 자율차 시험이 가장 활발한 곳인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 등이 300대 정도의 자율차를 시험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피닉스와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토론토 공공도로에서 수백 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 중이다.
반면 자율차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자율차로 향하는 ‘대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안전 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 그룹장은 “자율차가 곧바로 상용화될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율차 기술 수준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낙석 같은 돌발상황이나 주변 차나 사람이 교통신호를 무시한 경우, 복잡한 교차로 같은 곳에서의 대처 방법 등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