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런닝맨’… 시간 갈수록 끈끈함 위력 발휘
5주년을 맞은 MBC ‘나 혼자 산다’(위 사진)는 홀로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에서 출발해 최근 출연진의 끈끈한 우정을 선보이고 있다. MBC ‘무한도전’(아래사진)과 SBS ‘런닝맨’도 출연진 간의 찰떡 ‘케미’가 장수 요인으로 꼽힌다. MBC 제공
싱글이나 ‘기러기 아빠’ 등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던 ‘나 혼자 산다’는 2013년 파일럿 방송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새로운 장르인 ‘관찰 예능’을 개척했다. 처음에는 가족을 외국에 보낸 가수 김태원의 짠한 독거생활, 헬로키티 이불을 덮고 자는 가수 데프콘의 모습 등 연예인의 독특한 일상이 화제였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옥탑방에서 살던 가수 육중완이 간식을 사는 모습이 방영되자 동네 주민들만 오갔던 망원시장에 외지인이 몰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며 시청률은 한때 4%대로 하락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건 바로 편집실을 배경으로 한 ‘토크’가 강화되면서부터다. 2016년경 개그맨 박나래(33), 모델 한혜진(35), 배우 이시언(36), 가수 헨리(29) 등이 투입된 뒤 고정 멤버가 형성됐다. “이들이 촬영을 위해 매주 만나 서로 근황을 묻고 사적으로 연락하면서 ‘케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한편 이들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공동 미션을 함께 수행한 반면 ‘나 혼자 산다’는 개별 인물의 온전한 일상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해 200회를 맞아 제주도로 ‘기념 엠티’를 떠났을 때만 해도 ‘무지개 회원’들은 서로 낯을 가렸다. 친하지 않기에 어색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버킷 리스트’를 함께하며 벽을 허물자 ‘케미’가 폭발했다. 이시언과 웹툰 작가 기안84, 헨리는 ‘세 얼간이’ 캐릭터를 얻었다.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한혜진과 전현무의 사이는 실제 연애로 이어져 시트콤인 듯, 리얼리티인 듯 경계를 오가는 재미가 더해졌다.
이러한 전개는 예능의 필수 재미 요소인 ‘케미’를, 개인을 중요시하는 최근 세태에 맞춰 변주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황지영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은 혼자 살아 처량한 것이 아니라 혼자여도 당당하게 잘살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여기에 가족적인 요소가 더해져 ‘롱런’의 비결이 된 것 같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