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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유명해지고 싶으세요? 이 노래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입력 | 2018-03-21 03:00:00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흐림. 올모스트 페이머스.
#282 Superorganism ‘Everybody Wants to Be Famous’(2018년)


“야, 너 유명해졌더라.” “너는 TV 안 나오니?”

이런 농담을 가끔 듣는다. 잘은 모르지만 유명해진다는 건 좋고도 나쁜 일일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유명해지길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국적 밴드 ‘슈퍼오거니즘’의 뮤직비디오(사진)를 보며 해봤다. ‘Everybody Wants to Be Famous!’

“요즘은 밴드 안 해?”

어젯밤 오랜만에 만난 J 형이 생맥주 잔을 들며 물었다. 이렇게 답했다. 자꾸 듣는 귀만 높아진다고. 내가 연주하는 어설픈 소리를 내가 못 견딜 것 같다고. 그러나 만약에 언젠가 다시 시작한다면 기자나 평론가 몇을 홀릴 음악을 만들 자신은 있다. 이쪽 일을 해보니 뭐가 ‘얘기되는 음악’인지, 뭐가 ‘왠지 있어 보이는’ 음악인지 알 것만 같다.

영화 쪽 일을 하는 J 형과의 대화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기술의 발달 덕에 번뜩이는 영감과 상상력만 있으면 누구나 영화감독, 음악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데 동의했다. 복잡한 이론이나 악기 연주법을 몰라도 괜찮다. 머릿속에 든 것을 구현해주는 기술이 갈수록 직관적으로 발전하니 말이다.

그러니까 언젠가 한 예순 살쯤 돼서 우리가 꿈꾸던 영화감독이나 음악가로 데뷔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가 오면 나는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에 가서 제2의 생을 시작하고 싶다.

해마다 이맘때 미국에서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음악 박람회가 열린다. 영화 ‘프랭크’(2014년)에도 SXSW가 등장한다. 영화 속 음악가 프랭크는 자신의 밴드를 발음하기도 어려운 신조어 ‘Soronprfbs’로 명명한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대단해 보이는 실험 음악을 만드는 데 골몰한다. 24시간 인형 탈을 얼굴에 쓰고 산다. 잘 때도 예외가 아니다. 대중에게는 신비감을, 평단으로부터는 극찬을 받고자 프랭크는 혈안이 돼 있다.

수십 년 뒤 타히티 섬에서 탈바가지를 뒤집어쓰고 나올 신인 가수에게 주목하시길.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