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서울시로부터 분양받은 6.6㎡ 텃밭을 가꾸는 문대상 씨가 지난해 수확한 고구마를 한 움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김단비기자 kubee08@donga.com
“사람이 날씨에 민감하듯 작물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요. 모종을 심기에 아직은 춥지요. 지금은 산성화된 밭에 석회와 밑거름을 잘 섞어줘야 해요.”
문 씨는 다음 달 중순 상추와 열무 모종을 심고, 일조량이 많은 5월에는 토마토와 고추를 심을 계획이다. 사이사이에 허브도 심는다.
올해 텃밭 신청자 3분의 1은 두 번 이상 가꿔 본 이들이다. 이들은 텃밭으로 주말 가족 나들이를 다니며 “가족관계가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모종을 심기 좋도록 밭을 깊게 갈아주는 작업이 한창이다. 김단비기자 kubee08@donga.com
문 씨는 서울시 등에서 30년간 공직에 있다 2008년 퇴임했다. 이후 여행하며 서너 해를 보냈지만 집에 돌아오면 헛헛했다. 우연히 나간 모임에서 “텃밭을 가꾸는 일이 생기니 사는 것 같다”며 환히 웃는 지인이 그를 바꿔놨다.
밭일은 생각보다 고되지 않았다. 사흘에 한 번 김을 매고 병든 잎을 뜯어주면 그걸로 됐다.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을 줬고, 호미로 땅거죽을 슬슬 긁어만 줘도 토마토와 가지가 쑥쑥 자랐다.
이달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4차례 텃밭교육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 도시농업과 전종문 주무관은 “빠짐없이 참석하는 60, 70대분들은 ‘4월만 기다린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고 말했다.
텃밭은 학생들에게는 자연학습장이 돼 준다. 현재 초중학교 41곳이 자유학기제나 동아리 수업 때 상자텃밭을 가꾼다. 시나 해당 자치구에 신청하면 상자에 퇴비와 모종 등이 든 상자텃밭 세트를 제공한다. 상신중 김혜영 교사는 “지각이 잦던 학생도 새벽같이 등교해 작물을 키우며 책임감과 인내심을 배운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