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힐만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기자들을 곧잘 감독실로 초대한다. 21일 kt와의 시범경기가 예정됐던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는 3월의 폭설이 내렸다. 힐만 감독은 “따뜻한 곳에서 얘기하자”며 취재진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힐만 감독의 평소 성격을 짐작할 수 있듯, SK 감독실은 잘 정돈돼 있었다. 단 선반에 ‘특이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미니 컵라면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전형적인 미국 텍사스 남자 스타일인 힐만 감독은 의외로 한국 라면 마니아다. “절제가 힘들 정도로 좋아 한다”고 웃었다. 힐만 감독은 음식에 관해서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편이다. 가령 맥주를 마실 때에도 소금을 소량 뿌려 넣는다. 미국 남부 스타일이라고 한다.
흔히 인스턴트 라면은 살 빼기의 ‘적’으로 통한다. 그런데 왜 힐만 감독은 컵라면을 쌓아두고 있을까. 그 이유를 들어보니 SK 스태프들을 위한 배려였다.
코치나 프런트 직원 등은 보고 차, 시도 때도 없이 감독실을 노크한다. 배가 출출한 시간대일 수도 있다. 그럴 때 힐만 감독은 ‘요기라도 하라’고 컵라면을 내미는 것이다.
작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힐만 감독의 배려가 곁들여 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이렇게 자꾸 컵라면이 보이는 곳에 있으면 먹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려울 것이란 상식적 예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힐만 감독은 “일부러 감독실 의자를 컵라면이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돌려서 앉는다”며 웃었다.
인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