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20일 “한국과 미국의 관계,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며 “북한이 주권국으로 존재해 완충 역할을 하는데 중국의 이해가 걸려 있기에 가까운 미래에 남북한의 통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제공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공격적 현실주의’로 유명한 국제정치이론가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71)는 20일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특별강연 ‘중국의 부상과 한미관계의 미래’에서 “핵 보유는 북한 관점에서는 합리적 선택”이라며 “김정은은 트럼프를 믿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 역시 북한에 핵 포기를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중국이 우려하는 건 북한의 도발적인 ‘레토릭(수사)’과 행동이 미국의 공격이나 일본의 핵무장을 자극하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관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북-미 긴장 완화를 위해 ‘스마트(smart)한’ 정책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미국의 ‘코피 작전’(제한적 대북 선제타격)을 실행할 위험을 줄였다는 얘기다.
“제한적 공격을 받았다고 주권국가가 반격하지 않는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그러면 바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체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북한은 반격을 못 한다고) 오판하면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강대국은 지역 내 패권을 추구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패권국의 등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도 그는 부상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사이에 언젠가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중부 유럽에서 전쟁을 벌일 위험보다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안보 경쟁에 따라 동아시아가 전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