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논설위원
가격통제는 불행의 씨앗
그는 오랫동안 주택정책 해보니 수급 조절이 아닌 온갖 가격 통제는 결국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불행의 씨앗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은 차마 할 수 없으니 언론에서라도 좀 나서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자신의 소신과 상관없이 새 정권의 코드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의 작은 몸부림이었다.
사실 8억4000만 원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밑도 끝도 없는 금액이다. 어느 아파트 단지인지도 알 수 없는 데다 재건축 종료 시점 가격, 당시 주변 시세, 공사비 등등 가정에 가정을 더해야 최고로 나올 수 있는 가공의 금액이다. 경제 부처가 이런 불확실한 자료를 공표하는 일은 상당히 보기 힘든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 한마디에 시장 분위기가 쫙 가라앉았다.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재건축 허용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시킨다는 말이 퍼졌다. 한 달 가까이 아무 말 않다가 타깃인 강남은 물론이고 강북이 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김 장관은 “내구연한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만 했다”며 인정도 부인도 않고 슬쩍 비켜났다.
최근 강남집값이 주춤하는 것에 대해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어쨌든 김 장관의 으름장을 포함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한몫을 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 서울 강남의 한 재개발 아파트 본보기집에 수천 명이 몰렸다고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 통제를 해서 당첨만 되면 곧바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방 미분양사태 아는가
사정이 급해 내놓는 엄포성 대책이 당장 효과를 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약발은 오래가지 못한다. 길게 보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적어도 수십 년간 한국 부동산시장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