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23일 ‘서해 수호의 날’ 행사 北 핵-미사일 도발 겪으며 국내 방위산업 질-양적 성장 지난해 방산 수출 32억 달러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직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엄연한 현실이고,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북한이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국면 전환을 노리고 긴장 고조 행위에 나설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서해 NLL과 서북도서 인근 황해도 내륙에 장사정포 전력을 대대적으로 증강 배치해놓고 있다. 서북도서 기습 강점용 공기부양정 기지를 건설했고, 아군 함정을 겨냥한 신형 함대함미사일도 실전 배치했다. 잠수함 전력도 꾸준히 늘려왔다. 이에 맞서 우리 군도 서북도서에 신형 다연장 로켓포 등 대응전력을 증강 배치하고, 진지를 요새화하는 등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찰위성과 첨단 무인기, 감시 장비 등 한미 감시전력들이 서해 NLL 일대의 북한군 동향을 24시간 주시하고 있다.
군사적 대비와 함께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영웅들에 대한 예우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6년부터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에 서해 3대 도발로 희생된 장병들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행사는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기념식은 대선(大選) 경선 준비로 여야 대선주자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 대부분이 불참하는 바람에 썰렁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군 안팎에서 장병들의 희생을 홀대했다는 비판과 함께 ‘안보 불감증’ 논란이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비핵화를 위한 대북 협상은 진행하되 북한이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과거 도발을 되새겨 반면교사로 삼는 자세는 견지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증대되고 있다. 6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현재 15∼2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소형 핵탄두의 개발도 성공했거나 완성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의 폭발력(최대 100kt·킬로톤·1kt는 TNT 1000t의 위력)은 수소탄(50kt 이상)에 해당된다. 수소탄은 단 1발로 1개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다. 실험 직후 북한은 1980년대 핵보유국이 개발한 ‘표준형 수폭’과 동일한 형태의 수폭 모형을 공개한 바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2020년경 북한의 핵무기 수가 최대 100여 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라늄 농축시설과 실험용 경수로에서 뽑아낸 핵물질(무기급 우라늄·플루토늄)을 보다 적게 사용하면서 고효율을 내는 고성능 핵탄두를 양산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0kt 미만의 전술핵탄두도 다량 생산해 미사일에 실어 미군 증원전력의 핵심 통로인 국내 항구와 공항 등을 겨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정은은 2016년 3월과 7월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하면서 유사시 한국의 주요 항구와 공항에 대한 ‘선제 핵타격’ 위협을 거론한 바 있다.
미사일 위협도 날로 가중되고 있다. 북한은 주한·주일미군 기지는 물론이고 괌 기지와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에 쏴 올린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최대 사거리가 1만3000∼1만5000km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미 워싱턴과 뉴욕을 타격할 수 있다.
미사일 개발에도 최소 10억 달러 이상으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14형 ICBM급이나 화성-12형 IRBM은 기당 가격이 1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추진체 개발과 관련 시험, 개조 비용에도 수억 달러가 사용된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16년 관련 자료에서 김정은 집권 5년간 핵·미사일 개발에 3억 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이 20여 년간 핵·미사일 개발(양산비용 제외)에 총 23억∼25억 달러(약 2조6000억∼2조8350억 원)를 사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위협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은 유사시 속전속결을 노리고 비무장지대(DMZ)로부터 144km 이내에 모든 전력의 70%를 전진 배치한 상태다. 한국군의 무기 성능이 질적으로 월등하지만 북한의 양적 우세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군사비는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지만 한국군은 운영 유지비가 많이 들어 실질적 전력 투자 효과가 북한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군수공장이 국유화돼 있고, 저렴한 원자재와 인건비 등 무기장비 생산 원가가 한국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재래식 전력 면에서 북한은 같은 비용으로 한국의 3배 이상의 전력 증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군의 무기 장비가 낡았지만 구조가 단순해 정비가 용이하고, 김정은 집권 이후 장비 현대화에 매진한 만큼 재래식 전투 능력이 한국군보다 열세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정부와 군은 최신예 첨단무기를 동원한 대북 무력시위로 맞대응했다. 특히 도발 원점은 물론이고 북한 전역의 지휘시설과 핵·미사일 기지를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국산 정밀유도무기들이 위용을 과시했다.
군이 실전 배치한 현무 계열의 탄도미사일은 300∼800km 밖 표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또 최대 사거리가 1000km가 넘는 국산 순항미사일도 유사시 적 시설을 수 m 오차 이내로 제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한 ‘3축 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전력 가운데 국내 방위 산업체가 생산한 무기들이 적지 않다. 국가안보와 방위산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내 방위산업은 숱한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양적·질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1970년대 초 북한의 위협과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정부는 무기 국산화를 내걸고 자주국방에 착수했다. 군과 산업계, 학계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미국 무기의 복제로 시작해 1970년대 중반 대규모 전력증강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이후 군용 차량과 함정, 전차, 자주포를 독자 생산했고, 잠수함까지 자체 건조할 정도로 성장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어뢰와 함대함 유도미사일 등 각종 정밀유도무기와 초음속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 헬기까지 설계 제작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국산 무기의 해외 수출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첫 방산 수출은 1975년 미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판 47만 달러어치의 소총 탄약이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전차와 경공격기, 잠수함 등 육해공 첨단무기를 제작해 수출하고 있다. 수출 대상국도 2006년 47개국에서 2016년에는 89개국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K-9 자주포가 처음으로 유럽 시장(핀란드, 노르웨이)에 진출하는 개가도 올렸다. 지난해 방산 수출액은 31억9000만 달러(약 3조74170억 원)로 10년 전(2억5000만 달러)보다 12배 이상 증가했다.
미래 먹거리 산업 차원에서도 방위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방산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무기 수출시장 개척과 금융지원 혜택, 기술료 감면 등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의 축사에서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산업으로의 도약을 강조하면서 모든 방산 관계자들 ‘전략적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비리는 발본색원하되 우수한 무기 체계를 적기에 확보하고, 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방산 구성원들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