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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중국판 그린스펀’ 저우샤오촨 행장 퇴임과 새로운 美中간 ‘화폐 전쟁’

입력 | 2018-03-22 15:09:00


15년 만에 퇴임하는 저우샤오촨 전 행장.


올해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최대 화두는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을 없앤 헌법 개정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022년 이후에도 퇴임하지 않고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이 최대의 화두였다. 양회는 3일 개막해 20일 폐막했다.

하지만 이번 양회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지난 15년간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행장을 지낸 저우샤오촨(周小川)의 퇴임이다. 2002년 임명된 저우 행장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거쳐 시진핑(習近平) 주석까지 3명의 최고 지도자를 모셨고 이례적으로 3연임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그린스펀 의장(1987년 8월 ~2006년 1월까지 18년 재임)에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게 주요국의 중앙은행장으로 재직해 ‘미스터 런민폐’라는 별명도 붙었다.

저우 행장의 재임 시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2010년)이 됐다. 그가 국제 통화시스템 개혁의 하나로 내세웠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위안화도 포함(2015년) 됐다. 신흥국의 IMF 궈터(지분) 조정도 이뤄졌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출범(2016년)하는 등 금융분야에서도 많은 도약이 있었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위상이 높아진 만큼 위안화의 달러 제국에 대한 도전은 거세졌으며 그 선봉에는 저우 총재가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은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을 거쳐 올해 2월 5일 임명된 제롬 파월까지 4명을 거쳤다.

그의 후임에 궈수칭(郭樹淸)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과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湖北)성 서기가 발탁되거나 시 주석의 측근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이 경제부총리와 인민은행 행장을 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빗나갔다. 저우 행장은 보아오포럼 부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3기 전국인민대회’(이하 전국인대) 제7차 전체 회의에서 이강(易綱) 부행장을 신임 인민은행 행장으로 지명한 후 표결을 통해 확정했다.

이강 행장 

이강 행장 임명으로 시진핑 정부 2기의 경제 라인업은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류허 경제 부총리-이강 런민은행 총재로 구축됐다. 이강 행장은 대표적인 금융 개방론자로 알려져 앞으로 중국이 금융 분야에서 개방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강 신임 행장은 베이징(北京)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인디애나대에서 6년간 경제학을 강의했다. 그는 1997년 런민은행에 들어와 통화정책사(司) 사장, 행장조리 등을 거쳐 2008년 인민은행 부총재가 됐다. 그는 10년간 저우 전 행장과 함께 금융 개혁과 자유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미국 대학 강의가 가능한 영어 실력을 갖춘 것도 발탁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행사 등에서 중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 분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통’인 이강 행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미스터 런민비(인민폐)’로 불리는 인민은행 총재의 권한은 막강하다. 인민은행이 관리하는 외환은 지난달 말 기준 3조 달러가 넘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 보유액이다.

이강 행장은 “비트코인은 매우 특색있고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전임 저우 전 행장과는 시각을 달리해 가상화폐를 금지하고 있는 기존 정책이 달라질 지 주목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