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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권력분산 미흡… 우려되는 대법원 독립

입력 | 2018-03-23 00:00:00


청와대의 어제 정부 형태 설명을 끝으로 대통령 개헌안의 전체 모습이 드러났다. 권력구조는 대통령 4년 연임제로 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토지 공개념을 선명히 규정하고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대통령 4년 연임제는 그 자체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강화나 약화라고 할 수 없다. 어떤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냐가 중요하다. 개헌안은 대통령이 상징적인 국가원수 지위를 내려놓고, 특별사면 시 사면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감사위원 9명 중 3명만 독자적으로 임명하고, 법률안 발의 시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고, 국회 동의 대상 조약의 범위를 확대하고,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도록 했다. 대통령 권한이 줄어드는 것은 틀림없지만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드는 핵심 권력을 건드렸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권에서 대통령 권력 분산 논의의 핵심은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권이나 선출권을 주느냐에 있었다. 청와대는 그것은 변형된 의원내각제로 대통령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 대신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뺐다. 이 문구가 삭제되면 국무총리가 자기 책임으로 행정각부를 통할할 수 있지만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임면권이 있는 이상 대통령의 명을 따르지 않는 국무총리는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해서는 최소한 장관의 임명동의권을 국회에 주고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에 관한 국회의 임명동의 조항을 신설해야 하는데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제에서만 해도 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주요 고위 공직자는 모두 상원 인준을 거치도록 돼 있다.

청와대는 어제 국회에 개헌안을 송부하면서 비로소 개헌안 전문(全文)을 공개했다. 그런데 전문을 모두 읽어보면 청와대가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데도 의도적으로 뺐다는 의혹이 드는 부분들이 있다. 대법관추천위원회의 경우 기존 대법관추천위와 완전히 달라져 대통령이 지명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 법관회의가 선출하는 3명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나온다. 그동안 대법관 추천에 개입할 수 없었던 대통령과 법관회의가 대법관 추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추천도 하고 임명도 하는 구조에서 대법원의 독립성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도 ‘조국의 평화 통일’로 바꿨다. 평화는 평화적보다 협소한 개념이다. 선거연령을 18세 이상으로 하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그동안 법률로 정해온 선거연령을 왜 갑자기 헌법으로 격상해서 정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청와대는 불과 한 달여 만에 개헌안을 만들어냈다. 시간은 부족한데 의욕이 앞섰다. 국민이 최우선적으로 원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분산에 초점을 맞춰 대통령의 핵심 권한을 양보하는, 보다 정제된 개헌안을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