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그베데르 유니세프 방글라 대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쿠투팔롱 로힝야족 난민캠프는 방글라데시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이 됐어요.” 55만 명의 로힝야족을 수용하고 있는 이 캠프는 세계 난민캠프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중 55%인 30만 명이 아이들이다. 사람이 많아 위생 상태는 최악이다. 콜레라, 디프테리아, 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깨끗한 물이나 화장실을 수급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베이그베데르 대표는 “4월에 우기가 시작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구릉 지대에 천막, 나무로 지은 임시숙소가 몰려 있어 비가 오면 산사태에 집이 무너질 확률이 높다.
“살아남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미래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난민캠프에서 사회화 교육을 받지 못하면 고향에 돌아가서도 사회에 통합되지 못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로힝야족 아이들은 고향인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도 정상적인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난민캠프를 건설하고 치안 병력을 파견하는 등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방글라데시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 세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도 로힝야족 구호 명목으로 유니세프에 70만 달러(약 7억5000만 원)를 기부했다. 한국 정부에 감사함을 표한 베이그베데르 대표는 “로힝야족 사태가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아직도 난민들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고통 받는 아이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진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이 과연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기자의 이 질문에 베이그베데르 대표는 ‘코피 아난 보고서’를 언급했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자문역의 요청으로 2016년 9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표로 하는 자문단이 1년간 미얀마 종교 갈등 실태를 조사해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보고서는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이들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가 이 보고서에 담긴 제안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