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신청자 수십명 日기지로 대피… 이번엔 100여명 수송기로 美 보낼듯 “북미대화 앞두고 北에 경고” 분석
주한미군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주한미군 외에 한국 내 미국 민간인을 해외로 신속히 대피시키는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비전투원 소개(疏開) 훈련(NEO·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을 다음 달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사상 최초로 미 본토로의 대피 훈련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주한미군과 미군 기관지 ‘성조지’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다음 달 16∼20일 상반기 비전투원 소개 훈련인 ‘포커스트 패시지’를 실시할 예정이다. 주한미군은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주한미군 가족, 군무원, 미국인 민간인 중 지원한 수십∼100여 명을 수송기 등을 이용해 해외로 대피시키는 훈련을 진행해왔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20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에도 하반기 소개 훈련인 ‘커레이저스 채널’을 실시한 바 있다.
통상 이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거나 한반도 정세의 심각성에 따라 주일미군기지 등으로 실제로 대피하며 대피 절차를 숙달하는 형식으로 실시된다. 지난해 ‘커레이저스 채널’ 훈련 때는 민간인 신청자 수십 명을 주일미군기지로 보냈다.
미군이 사상 최초로 미 본토까지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훈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선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까지 가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을 완전히 신뢰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북한에 북-미 정상회담이 엎어지면 곧바로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자 소개 훈련의 강도를 오히려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관련 계획(한국 내 비전투원 소개 계획)이 진전을 이루고 있고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며 소개 훈련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